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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기고] 코로나 재앙에 세계는 각자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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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진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한국, 일본과 유럽을 거쳐 미국까지 덮쳐버렸다. 문제는 코로나19가 다른 지역을 돌아 한국을 다시 공격해올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공장 가동을 멈추고 백화점과 상점들은 문을 닫고 있어서 이에 따른 후유증은 세계대공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의료기술과 낮은 인구밀도를 믿고 이번 바이러스 전염병에 대해 소홀히 하고 있다가 코로나19가 미국을 덮쳐 무서운 속도로 퍼지게 되자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어려운 시민에게 소득 규모에 따라 차등을 두되 일정액을 속히 지급하기 위해 소위 '헬리콥터 통화정책' 방식을 택한다고 한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투자은행 파산을 기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면서 무너져 내리는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구하기 위해 당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미국 역사에 없었던 양적완화(QE) 정책을 시도했다.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이 돼도 투자 효과는 없었으며 생산품은 재고가 쌓여 가격은 하락하고 소득이 계속 줄어드는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저금리 정책은 먹혀들지 않았기 때문에 유동성을 직접 신속하게 공급하는 QE정책을 시도했다.

그러나 과거에 없었던 새 정책을 미국 의회가 선뜻 허락해주지 않았다. 버냉키 의장은 팔소매를 걷어 올리고 뛰었다. 당시 미 재무장관인 헨리 폴슨과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인 티머시 가이트너가 한 팀이 되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회 지도자들을 만나 설득함으로써 결국 허락을 받아냈다.

버냉키 의장은 1979년 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스탠퍼드대에서 5년간 경제학을 가르쳤다. 그는 미시경제학을 근저로 거시경제학을 지향하는 '새 케인스학파'로 분류된다. 그러나 스탠퍼드대 재임기에 당시 후버연구소에 와 있던 시카고학파 좌장인 프리드먼 교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로부터 1930년대 세계대공황의 원인이 통화량의 절대적 부족 때문이었음을 알게 됐다. 그는 생각이 유연하고 성품이 온화하지만 두뇌 회전은 전광석화라는 평을 주위로부터 듣고 있다.

3월 18일자 파이낸셜타임스 신문의 특집기사에서 버냉키와 재닛 옐런은 전임 의장으로서 자신들의 금융위기 극복 경험을 바탕으로 TAF(환매조건부채권 대출창구), TALF(자산담보부증권 대출창구) 등 여러 형태의 QE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TAF는 금융위기 때에 연준이 RP(환매조건부채권) 입찰 시 정부기관이 보증하는 MBS(주택저당증권)를 담보로 설정하는 조건으로 2000억달러의 유동성을 은행 시스템에 신속히 공급함으로써 단기자금시장의 숨통을 트이게 했다. TALF는 주택, 자동차, 신용카드 등을 담보로 하는 채권을 연준이 보증·매입하는 제도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처럼 달러를 무한정 찍어내도 세계가 수용하는 기축통화국이 아니어서 연준의 금융정책을 그대로 모방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위기 상황은 한동안 계속되리라 우려해 세계 각국은 각자도생의 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는 사안의 경중과 완급에 따라 재정 금융정책을 펴 나가야 한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맞아 정부, 국회, 중앙은행이 뜻을 같이해 장단기 금리정책과 단계별 QE를 디자인하고 사회적 약자에게 응급조치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 총재는 버냉키 전 의장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김인철 성균관대 명예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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