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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기고] `비상경영계획`의 5가지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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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코로나19가 창궐한 상황 속에서 기업의 경영비상계획(BCP·Business Contingency Plan)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회사의 생존과 운영 역량에 치명적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그들이 건전하고 믿을 만한 BCP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당신 회사의 BCP는 효과적이고 신뢰할 만한가.

불행히도 BCP는 처음부터 끝까지 실제 상황을 겪어보지 못한다면 그 계획의 효과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군사 무기 체계의 효과성을 평가하는 것과 비슷하다. 실제 전투 상황에서 사용해보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실전 총연습을 거듭한다 해도 장담할 수는 없다.

BCP는 발생 가능성이 너무 희박하기 때문에 그간 자세하게 연구되지 않았던 심오한 분야다. 게다가 BCP는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을 반영하기 위해 끊임없이 갱신해야 한다. 이를 감안해 BCP를 재구축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주의해야 핵심 분야를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상황 발생 후 최초의 시간은 위기관리 시 골든타임과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고 사이렌을 울릴 때 사기업이 대응을 시작하면 이미 시장 속도에 뒤처지고 이가 빠진 해결책이 된다고 본다. 발생 직후 초기 시간에 관여하려면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BCP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실행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BCP를 전혀 읽어본 적이 없거나 BCP 존재 여부조차 모르는 CEO도 드물지 않을 것이다.

둘째, BCP는 'D-'가 아닌 'D+'에서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많은 계획이 미래의 대응과 예방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모두 쓸모가 없고 경영자들에게 도움도 되지 않는다. 군사작전 계획과 유사하게 BCP는 매우 간단하고, 직설적이고, 핵심적으로 쓰여야 한다. 반면에 많은 BCP가 너무 모호하다. 예를 들어 1989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상황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직원들이 회사 밖에 있을 때 누구에게 지시를 받아야 하는지였는데, 정작 샌프란시스코시의 지진 BCP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다.

셋째, BCP는 아날로그 통신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디지털 세계에선 전화선이나 위성통신이 끊어지면 거의 소통이 불가능하다. 나머지 조직과 소통할 수 있는 창의적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넷째, CEO가 일선에서 진두지휘하는 모습은 영웅적인 노력으로 보이겠지만 전략적으로는 좋지 않다. 일선에 있는 인물의 중요도 순으로 회사에 대한 리스크도 커지기 마련이다. 마치 장군이 전선 보병전투에 총을 들고 참여하는 것과 유사하다. 효과적인 해결책은 경영진을 가능한 한 멀리 이동시키는 것이다. 한국 문화에서 받아들여지긴 힘들겠지만, 코로나19 사태에서 최고의 BCP 전략은 고위 경영진을 한국에서 멀리 떨어뜨려 바이러스 노출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사태의 생생한 경험을 반영한 BCP의 모든 요소를 문서화해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메르스 창궐은 불과 5년 전에 발생했는데, 많은 사람이 용감하게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그때의 경험을 기반으로 BCP를 갱신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흥미롭게도 메르스 사태 때 역시 마스크 공급 문제가 일부 사람들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고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해 BCP를 재구축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낭비해선 안 될 것이다.

[이성용 신한DS 사장·전 베인앤드컴퍼니 한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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