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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1조弗 부양법안` 부결에…리먼사태 뛰어넘는 초강경 조치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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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무제한 양적완화 ◆

매일경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3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유동성 공급 조치를 추가로 내놓은 가운데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돌진하는 황소상`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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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3(현지시간) '무제한 양적완화(QE)' 조치를 내놓은 시점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전 8시였다.

미국 증시 개장 1시간 30분 전에 전격적으로 임시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시장 '패닉'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연준의 조치가 나오기에 앞서 시장에서는 '또다시 블랙먼데이가 우려된다'는 공포가 확산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1조달러+α' 경기부양 법안이 전날 미국 상원에서 제동이 걸린 데 따른 걱정이었다. 미국 상원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경기부양 법안에 합의하지 못한 가운데 절차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반이 각각 47표씩 나와 부결됐다. 절차투표는 해당 법안에 대한 투표를 진행할지 여부를 묻는 표결로, 찬성 60표 이상이 필요하다.

당초 여당인 공화당은 민주당과 협의를 거쳐 23일까지 이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었지만 절차투표 부결로 이러한 구상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CNN은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정치권이 타협에 실패하면서 당장 증시 추가 급락 등 금융시장 충격이 클 것"이라고 폭락장을 예상했을 정도였다. 상원을 주도하고 있는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법안 부결 직후 "미국인들이 이 광경을 보고 있다"며 "선물시장이 5% 하락했다고 들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23일 뉴욕증시 개장 직전에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될 것이라는 전망이 컸다.

뉴욕증시에선 3월 9일, 12일, 16일, 18일 등 열흘 사이에 서킷 브레이커가 무려 4번이나 발동할 정도로 시장은 극도의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서킷 브레이커는 주가 급락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15분간 매매를 중단하는 제도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7% 이상 급락하면 발동된다. '증시가 개장하는 것이 겁난다'는 공포가 확산되면서 임시 휴장 필요성 주장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러한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연준이 또다시 전격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분석이다.

23일 뉴욕증시는 장 초반 1~2% 하락했지만 그나마 폭락세를 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22일 상원의 절차투표 부결에 앞서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면서 "패키지 법안이 통과되면 4조달러의 유동성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연준과 협력하고 있는 중요한 패키지"라고 전했다.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지만 연준과 협력해 최대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끌어들여 사태에 대응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때 비상조치를 모두 꺼내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악화에 따른 금융시장이 경색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충분히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내 자금시장의 '숨통'을 틔워주면서 달러 부족 현상에 따른 충격을 막기 위해 '달러화 유동성'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금융시장과 관련해 연준은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1.00%포인트 파격적으로 인하하면서 제로(0%)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장기유동성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QE 프로그램을 사실상 재가동했다. 금융위기 당시 도입한 재할인 창구(discount window)도 다시 도입했다.

17일에는 '기업어음(CP) 매입기구(CPFF)'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현금 확보가 다급한 기업체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연준은 원칙상 상환 위험이 있는 민간기업에 직접 자금을 지원할 수 없지만 '예외적이고 긴급한 상황'에서 발동되는 특별권한을 근거로 재무부의 사전승인을 거쳐 CP를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프라이머리 딜러 신용공여(Primary Dealer Credit Facility·PDCF)' 제도를 재도입하기로 했다. 연준의 재할인 창구를 주요 투자은행과 증권사 등 이른바 '프라이머리 딜러'들에게 개방하는 조치다. 18일에는 '머니마켓 뮤추얼펀드 유동성 장치(Money Market Mutual Fund Liquidity Facility)'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연준은 19일 한국을 비롯한 9개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달러 강세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코로나19 사태 악화에 따른 경제 타격 염려로 전 세계가 '달러 확보 러시'에 돌입한 가운데 자칫 달러 유동성 부족 문제가 또 다른 충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시장에서는 미국 경제가 2분기에 두 자리 숫자대 '마이너스(-)' 성장을 시작으로 경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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