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면적 양적 완화 "달러 찍어 채권 무제한 매입"

연준, 최대 3000억달러 유동성 추가 공급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3일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채권을 무제한 사들이기로 했다. 달러를 찍어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돈을 시중에 풀겠다는 것이다.

연준은 이날 “거대한 고난인 코로나19 위기에서 시장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필요한 만큼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계속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15일 긴급 발표를 통해 기준금리 인하(1.00~1.25%→0~0.25%) 및 7,000억달러 상당의 국채ㆍMBS 매입 조치를 내놓은지 불과 일주일 만에 전면적인 양적완화(QE)를 선포한 셈이다. 연준은 아울러 ‘자산담보부증권 대출창구(TALF)’와 같은 대출ㆍ신용기관 3곳을 만들어 회사채를 사들이는 등 최대 3,000억달러(약 382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기업과 가계에 공급하겠다는 대책도 발표했다.

외신은 앞다퉈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 대응을 뛰어 넘은 파격 조치”라며 미 행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전날 2조달러 규모의 코로나19 경기부양 법안이 상원에서 부결돼 실업률 폭등 우려 등이 제기된 만큼 중앙은행이 나서 선제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은 “연준 역사상 가장 적극적인 시장 개입”이라고 단언했다. 피터 북바르 비클리자문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다시 무기한 QE에 들어 왔다”고 말했다.

연준의 깜짝 발표에도 미 증시는 일단 하락 출발하며 관망세를 보였다. 이날 오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1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9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58% 각각 내린 채 거래됐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