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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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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초강세 광풍…"다 팔고 달러·달러·달러 사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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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달러 혼란, 아시아 통화약세 가속화"…공급-수요 붕괴 결합한 전례없는 위기]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091억7000만달러로 전월말 대비 4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0월(4063억2000만달러), 11월(4074억6000만달러), 12월(4088억2000만달러), 올해 1월(4096억5000만달러) 4개월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2월 감소세로 전환됐다. 2020.3.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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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에 불안감을 느낀 외국인 자본유출이 이어지면서 각국이 통화가치 폭락 및 '달러 초강세' 광풍에 휘청이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호주 달러는 미 달러 대비 가치가 4.6% 내려 55.10센트가 되면서 200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이날 기준금리를 0.5%에서 0.25%로 내리는 등 이달 들어서만 두번째 금리를 인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한국 원/달러 환율은 19일 1285.7원으로 거래를 마쳐 약 11년 만에 최고가를 찍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환율은 이달 들어 사상 처음 달러당 1만5000루피아를 넘어섰고 멕시코 페소화 환율도 달러당 23.93페소에 마감해 종가 기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브라질 헤알화도 역대 처음으로 5헤알을 넘어선 데 이어 이날 5.2헤알까지 치솟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하하면 보통 달러 가치가 떨어지지만, 코로나19 불안감이 높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각국 시장에서 자금을 대거 빼가면서 달러가 아닌 통화의 가치가 폭락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은행 금리인하·돈풀기도 안먹힌다



각 국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소비 위축, 공급망 붕괴,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이날 열린 통화정책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25%에서 3.75%로 0.5%포인트 낮췄다. 1996년 기준금리 도입 이래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전날 터키 중앙은행이 긴급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한국, 칠레, 베트남, 스리랑카, 파키스탄도 이미 금리를 낮췄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인도네시아도 조만간 기준금리를 낮출 예정이다.

일본은행(BOJ)은 19일 정기적인 국채매입운영(공개시장 조작)과 별도로 1조엔(약 11조6000억원) 규모의 국채를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또 호주중앙은행은 3년물 호주국채의 수익률 목표치를 0.25%로 제시했다. 그러나 효과가 더딘 중앙은행의 돈 풀기 부양정책으로는 시장의 패닉을 진정시키기 힘들다는 점만 확인되고 있다.

신한은행의 민경원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중앙은행이 돈을 풀면 풀수록 달러가 비축돼가는 전대미문의 상황을 보고 있다"며 "연준의 금리인하는 시장에서 약발이 들지 않았다. '달러 혼란(dollar chaos)'과 아시아 통화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스텐 브레제스키 ING독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바이러스는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이외의 곳에서 발생한 위기다. 그래서 중앙은행의 손이 미치지 못하고, 공급 측면과 수요 측면의 붕괴가 결합한 전례없는 위기"라며 "금융시장은 이런 불확실성에 반응하고 있다. 어떤 중앙은행의 조치도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달러 갖기 위해 모든 나머지 자산 팔아라"



미 달러는 모든 주요국 통화에 비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보통 안전자산로 인식되던 일본 엔화마저 달러대비 1% 하락했다. 바이러스가 중국 외 아시아 국가에 퍼져가던 지난 1월 20일 이후 러시아 루블화와 멕시코 페소화는 20% 이상 폭락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는 100.85를 기록했다. 전거래일에 비해 1.28% 상승했다. 2017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 연준의 금리인하, EU·일본·캐나다·영국·스위스 등 5개국 통화스와프 조건완화를 통한 유동성 확대, 재매입 프로그램, 각국의 긴급 금리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달러 수요는 갈수록 높아만 지고 있다.

니코자산운용의 크리스 랜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달러 외) 모든 것이 팔려나가고 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현재 상황이 어떻게될지 지켜보고 있다. 달러 쏠림(dollar stampede)이 없어질 것 같지가 않다"고 말했다.

CMC 마켓PLC의 오리아나 리자 애널리스트는 "정상적인 시장메커니즘은 깨졌다. 한동안 시장에 유동성 문제가 있겠지만 달러 강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달러를 갖기 위해서는 '당신이 가진 나머지 모든 것을 팔라'는 분위기다. 달러가 최상의 안전자산이기때문"이라고 말했다.

황시영 기자 appl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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