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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이슈 입국 제한과 금지

일본 전문가 “일본의 한-중 입국 제한, 공중위생학적 필요한 대책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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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ㅣ일본 정부 코로나19 전문가 회의 멤버 오시타니 히토시 도호쿠대 교수

“정부, 입국 제한 전문가에 물어보지 않아

한국과 중국에서 감염자 유입될 확률 낮아

사스처럼 완전한 봉쇄는 불가능해…

집단감염 발생 차단하는 게 중요

아프리카에서 큰 유행 일어나면

도쿄올림픽을 하기 어려울 것”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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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에서 오는 이들에 대한 입국 제한은 공중위생학적으로 지금 필요한 조처가 아니다.”

일본 정부가 설치한 ‘코로나19 전문가회의’ 멤버인 오시타니 히토시 도호쿠대학 미생물학 교수는 10일 도쿄의 한 커피숍에서 <한겨레>와 만나 “한국과 중국에서 감염자가 유입될 확률은 낮다”며 일본 정부의 입국 제한 조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 한국과 중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국 제한 조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문가 회의 멤버이지만, 한국과 중국 입국에 대한 제한은 우리가 추천한 일이 아니다. (코로나19가) 세계로 확산됐다. 동남아시아에 확산됐고 미국도 위험하다는 말이 있다. 도대체 어디까지 (입국 제한을) 할 것인가. 미국에서 감염이 확대되면 미국에서 오는 이들에 대한 입국도 제한할 것인가. 그렇게 한다면 방법은 쇄국밖에 없다. 선택지는 되지만 매우 큰 경제적 손실이 있다. 매우 비상하게 어려운 상황에 공격적인 대응을 해야만 하는 상황도 있을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한국과 중국에서 감염자가 유입될 확률은 극히 낮기 때문에 공중위생학적으로는 지금 필요한 대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전문가 회의를 안 거쳤다고 인정했다. 전문가회의에서 논의는 했는가?

”논의된 적 없다. (정부가 전문가회의에) 물어본 적도 없다.”

- 사스와 달리 감염 봉쇄가 어렵다는 견해를 보였는데.

“사스처럼 봉쇄를 하기는 현재 불가능하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약점이 있어서 감염자의 80% 이상은 누구에게도 바이러스를 감염시키지 않는다. 다만, 한 감염자가 많은 사람에게 감염시키는 사례가 있다. 그런 예가 한국의 (신천지) 교회나 오사카 ‘라이브 하우스’(소규모 콘서트장)다. 우리는 이것을 집단감염이라고 한다. 지금 일본은 견디고 있지만 앞으로 어떨지는 미묘하다.”

- 검역 강화만으로 안 된다고 지적했는데.

”검역 강화도 중요하다. 하지만, 감염 사례가 하나 나왔다고 소동을 피우지 말고 집단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집단감염은 밀폐성 강한 라이브 하우스(소규모 콘서트장), 야카타부네(놀이 배) 파티 같은 곳에서 생기기 쉽다.”

- 현재 일본의 상황은 어떻다고 판단하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를 제외하고는 아직 큰 감염 확대는 없다. 홋카이도 삿포로시가 일시적으로 위험했지만 견디고 있고, 도쿄와 가나가와, 오사카도 위험한 징후는 보이지만 견디고 있다.”

- 일본 바이러스 검사 건수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는데.

“어디까지 어떻게 검사를 할지가 미묘하다. 일본은 당초 한국보다 검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부족했다. 지금은 보다 확충됐다. 감기 기운이 있다고 모두 바이러스 검사를 하는 것은 어느나라도 불가능하다. 전략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국제적 대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직 모르는 것이 매우 많다. 모두가 정보 공유를 해서 이 바이러스와 어떻게 효과적으로 싸울지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국이 앞서 경험했으니 배울 점이 있다. 한국과 일본은 의료체계가 비슷하다. 한국에서는 (신천지) 교회에서 확산된 사건이 있었다. 일본도 그럴 수 있다.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할지 일본이 한국에서 배워야 한다. 한국한테도 일본이 버티고 있는 점이 참고가 될 것이다. 그러니까 정치적 대립을 할 상황이 아니다. 모든 국가가 정보 공유를 해서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해야 한다.”

- 바이러스가 여름이 되면 약해질 수 있나?

“그렇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약해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중국에서만 감염자가 여기저기 나왔다. 지금은 중국이 감염을 효과적으로 컨트롤해서 감염자가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감염자가 동남아시아나 중동에도 있다. 급속히 세계적으로 감염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 외에 다른 곳에서도 감염자가 유입될 수도 있다. 동남아시아와 관계가 깊은 한국과 일본은 단기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코로나19와 보통 인플루엔자와 비교하면?

”보통의 인플루엔자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위험한 바이러스다. 보통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그 자체는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고령자가 세균성 폐렴에 걸린다든지 심근경색을 일으킨다든지 하는 인플루엔자 관련사로 사람이 죽는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는 바이러스 자체가 사람을 죽인다. 고령자에게 매우 위험한 바이러스다. 또한, 인플루엔자에 걸리면 80~90대가 대체로 사망한다. 그러나 코로나19는 80대나 90대뿐만 아니다 50, 60, 70대에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계절성 인플루엔자에는 별로 없는 사례다.”

- 도쿄올림픽은 예정대로 치를 수 있을까?

“세계가 어떻게 되느냐에 달렸다. 곧 수습되는 일은 없다고 본다. 아프리카에서 앞으로 유행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매우 큰 유행이 일어나면 올림픽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본 국내 유행을 억제한다고 해서 올림픽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상황이 되고, 세계 어느 지역에서 올림픽 참가를 못 한다고 하면 올림픽을 치르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 일본 정부가 취한 초·중·고 일제 휴교 요청 효과가 있나

“신종 인플루엔자나 계절성 인플루엔자는 아이들이 감염을 확산시킨다. 아이들이 감염돼 이후 지역에 퍼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신종인플루엔자의 경우에는 조기에 일제 휴교를 하면 매우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주로 감염이 된다. 학교 폐쇄를 해서 감염을 저지하기는 불가능하다. 물론 아이들이 감염되는 일을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거의 중증이 되지는 않는다. 이런 점을 생각해보면 일제 휴교가 어디까지 효과가 있을 것인지 하는 의문이 있다. 감염 확대를 저지하는 극적인 효과는 없다고 본다.”

도쿄/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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