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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대구 병상 기다리던 74세 환자가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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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확진 1132명, 절반 입원 못해

집에 있다 증세 악화 이송 중 사망

전국에 음압격리병상 1077개뿐

한국 하루 확진, 중국보다 많아져

중앙일보

26일 오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격리병상이 마련된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 및 방역 관계자들이 이송 환자에 대한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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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신규 확진자가 27일 505명 나왔다. 하루 기준 최대치다. 전체 환자는 1766명으로 급증했다. 전국 음압격리병상 1077개를 뛰어넘었다. 이날 대구에서만 422명이 나와 대구 환자가 1132명으로 늘었다. 대구 첫 환자인 31번 환자가 나온 지 9일 만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27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대구 확진자가 2000~3000명에 달할 것”이라며 “일주일 정도가 고비”라고 말했다. 권 시장은 “우리의 (잠정)통계가 질병관리본부보다 200∼300명 많다”며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 전수조사를 하는데 여기서 꽤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확진자가 폭발하면서 대구가 혼란에 빠졌다. 대구의 음압격리병상은 54개에 불과하다. 대구시는 일반 병상을 급히 비워 1013개 병상을 확보했지만 역부족이다. 권 시장은 “확진자가 입원하면 의료인력 수급 문제가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한번에 입원시킬 수가 없다”고 밝혔다. 대구시에 따르면 집에 있는 환자가 27일 오전 기준 570명에 달한다. 이들 중 100여 명은 이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신규 확진자가 늘면서 입원 대기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대기 환자가 경증 또는 무증상 환자여서 다인 병실에 입원시키고 있지만 환자 증가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집에서 병상이 나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별다른 치료도 받지 못한다. 지난 26일 확진 판정을 받은 대구 동구의 20대 직장인은 “보건소에서 전화로 ‘병원에 당장 못 간다. 무조건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안내했다. 하루 두 번 정도 몸 상태를 묻는 전화가 오는 게 전부다. 열나면 보건소로 전화하라고 했다. 약을 먹든, 병원을 가든 치료해야 나을 텐데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진해군항제 57년 만에 취소

보건소도 일이 몰려 환자 관리를 할 수 없는 상태다. 대구 남구보건소 관계자는 “증상이 심해지면 보건소에 연락하라고 했다. 지침상 보건소 직원이 하루 1~2번 전화를 돌려 증상을 확인해야 하는데 불가능하다. 여기 직원이 50명인데 관내에서 확진받고 입원을 기다리는 환자가 200명”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병상이 나오길 기다리다 상태가 악화돼 숨지는 안타까운 사례도 나왔다. 이날 숨진 국내 13번째 사망자 A씨(74)는 25일 확진 판정을 받고 집에서 대기해 왔다. A씨는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 전수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환자다. A씨는 고령인데다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은 고위험군이다. 그는 입원 순서를 기다리던 중 이날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났고 병원으로 급히 옮기던 중 숨졌다. 김종연(경북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은 “기저질환(원래 앓던 병)이 있었지만 기침과 발열 이외에 증상이 없어 입원 대기 중이었고 27일 오전 7시쯤 증세가 나빠졌다. 이송 결정까지 30분이 걸리지 않았으나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와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밀려드는 환자들을 효율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고위험군을 우선 입원시키기로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환자가 중증으로 악화하거나 사망하지 않도록 고위험군은 중증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배정하는 게 원칙이다. 맥박수·연령·기저질환 등을 따져 중증 환자로 구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 사례별 중증도와 고위험 요인을 확인해 우선 입원시키거나 중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에 배정할 예정”이라며 “시·도 단위로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하는 의료진 중심의 컨트롤타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도 간 병상에서 다른 병원으로 이송이 필요할 경우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중증 환자 병상이나 자원을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 중인데, 대구부터 최우선으로 정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대표 봄꽃 축제인 진해군항제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취소됐다. 1963년 첫 축제가 시작된 후 축제가 취소된 건 57년 만이다.

이에스더 기자

대구=김윤호·백경서·윤상언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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