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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여기는 한국인 집” 문 앞에 차별 딱지 붙이는 중국 공안ㆍ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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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코로나 확진자 늘자 지방도시 등 교민 냉대 사례 잇달아

외교부, 한국인 입국 제한 관련 중국 대사 초치해 유감 표명
한국일보

중국의 한 주택가 현관문 앞에 '14일간 격리한다'는 안내문이 단단하게 붙어있다. 집밖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다. 독자 제공


중국 공안당국이 최근 우리 교민 집 문 앞에 딱지를 붙여놓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3일 우리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경보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한 후 한국인을 배척하려는 새로운 행태다. 민원이 늘어나자 외교 당국은 실태 파악에 착수했다.

외교 소식통과 중국 현지 교민들은 26일 “동네를 떠났다가 돌아온 자가 격리 대상은 물론이고 원래 그 지역에 살던 한국인들 집 현관문에도 중국인 이웃과 공안에서 딱지를 붙이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는 명백한 한국인 차별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사례는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방의 도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각지의 영사관에 실태 파악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최근 한국에서 돌아온 교민들은 온갖 냉대를 받고 있다. 산둥성 옌타이의 한국인 밀집 거주 아파트 단지에서는 이날 중국 주민들이 공안을 찾아가 항의하는 소동을 빚었다.

이런 가운데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 대사는 이날 중국 일부 지방정부의 한국 발(發) 여객기 승객 입국 제한 조치와 관련, “한국인만 대상으로 한 건 아니다”며 조치 철회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 초기 각국의 중국인 입국 제한 조치에 반발했던 중국이 자신들의 입국 제한 조치는 합리화한 것이다.

싱 대사는 김건 외교부 차관보의 초치에 응한 뒤 기자들과 만나 “중국(중앙정부)은 한국 국민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지방정부의 조치를) 양해하고 이해해 달라”고 했다. 이어 조치 철회에 대한 즉답은 하지 않은 채 “(지방정부 조치 실태는) 나도 잘 모른다”면서 “(본국과) 상황을 상의해서 타당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만 했다.

싱 대사는 중국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지난 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정부의 중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당시 “입국 제한 조치는 세계보건기구(WHO)에 근거하면 된다”고 했다. ‘중국에 대한 여행 제한은 불필요하다’는 WHO 권고를 준용해 중국인의 출입국을 막지 말라는 뜻이었다. 거꾸로 중국이 WHO의 권고를 무시하는 상황이 되자 싱 대사가 태도를 바꾼 것이다.

싱 대사는 김 차관보를 만난 자리에서도 “중국은 그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국민이 보여준 성원과 지지에 감사하고 있다. 중국 내 한국 국민 보호 문제에 대해 한국과의 긴밀하게 협력하겠다”는 원론적 발언만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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