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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사설] 지역 감염 무방비, 위기단계·시민의식 모두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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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번 환자 병원 측 검사 권고 두 번 거절, 166명 접촉

코로나19 지역감염 28일 만에 발생, 신종플루는 7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는 가장 우려했던 결과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어 어디로 확산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16일 첫 지역 감염 환자(29번)가 나온 후 18일 감염원 미상의 두 번째 환자(31번)가 발생했다. 특히 31번이 다녀간 신천지대구교회에서만 두 자릿수 확진자가 나오면서 지역 감염이 본격화됐다.

지역 감염은 “유사 환자가 늘 수 있는 새로운 국면”(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다. 지금까지는 확진자의 감염 경로를 추적해 의심 환자를 격리하고 전염 가능성을 차단했다. 그러나 지역 감염 확산으로 이제 누가 바이러스 보균자인지 알 수 없다. 이런 때일수록 시민 스스로 감염 예방에 힘쓰고, 의심 환자는 자가 격리와 능동적인 검사로 적극 협조해야 한다.

신천지대구교회의 집단 감염이 31번 때문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그의 행적은 아쉬운 측면이 많다. 그는 7일 교통사고로 새로난한방병원에 입원한 후 다음 날 고열과 폐렴 증상을 보였다. 체온이 38.8도에 달해 병원이 코로나19 검사를 두 번 권유했지만 거부했다. 입원 상태임에도 9·16일엔 교회에, 15일엔 뷔페에 갔다. 이 기간 방역당국이 파악한 접촉자만 166명이다. 만일 병원의 권고대로 일찍 검사에 응했다면 어땠을까.

19일 확진된 첫 초등학생 감염자도 이모부인 15번(43) 환자의 자가 격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발생했다. 15번은 격리 지침을 어기고 가족식사에 참여해 처제인 20번(41·여)에게 옮겼다. 20번은 다시 자신의 딸(11)을 감염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애초 15번이 철저하게 격리 지침을 지켰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정부도 위기 대응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 어디서 어떻게 감염이 이뤄질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범정부적인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 필요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도 고려할 수 있다. 보건당국은 특히 의심 환자가 적극적으로 검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1339 콜센터나 보건소 등의 1차 대응에 적극 힘써야 한다.

중국 후베이성 이외 지역에 대한 입국 금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18일 대한의사협회는 “지역 감염을 막기 위한 1차 방역이 실패했다”며 “중국 전역의 입국 제한 조치를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밝혔다. 광둥성·저장성·허난성 등에서 이미 확진자가 1000명 넘게 나온 상황에서 후베이성만 제한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중국인 유학생 7만 명에 대한 대책도 보완돼야 한다. 전국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22.2%에 불과해 자가 격리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하숙집 격리 중인 경우엔 밖에 나가는 것을 막을 방법도 없다. “정부가 자율이란 미명 아래 수수방관한다”는 대학들의 목소리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2009년 신종플루는 첫 환자 발생 후 70일 만에 지역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그 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환자 76만3759명, 사망자 270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는 28일 만에 지역 감염자가 나와 신종플루보다 42일 빠르다. 코로나19가 새로운 확산 국면에 들어간 만큼 정부와 시민 모두 예방의 고삐를 바짝 당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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