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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진단 검사 거부가 집단감염 도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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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두차례나 코로나 검사 권유

31번째 환자 “감염될 이유 없다”

9일 지나서야 보건소 찾아 검사

현행법 의료진 권고 거부 처벌못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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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걸린 31번째 환자(61·한국인 여성)가 병원에서 두차례나 진단검사를 권유받고도 거부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조기 진단을 위한 시민들의 협조가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보건당국은 외국에 다녀오거나 확진환자와 접촉하지 않았더라도 증상이 있다면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의료진의 검사 권고에도 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31번째 환자가 본인은 국외에 다녀오지 않았고 경증이다 보니 코로나19에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 않았던 것 같다”며 “시간이 지나 폐렴 증상이 생기면서 검사를 받게 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환자는 지난 6일 교통사고를 당한 뒤 이튿날 대구 수성구 새로난한방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입원했다. 해당 병원에선 8일 코로나19 검사가 가능한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것을 처음 권고했고, 이어 15일 환자의 폐렴 증상을 확인하고 다시 검사를 권유했다. 하지만 환자가 스스로 감염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거부했다는 것이다. 결국 31번째 환자는 폐렴 등 증상이 악화한 뒤에야 17일 수성구 보건소를 찾아 검사를 받았고 18일 양성 판정이 나왔다.

병원 쪽의 첫 검사 권고 이후 열흘 가까이 지난 뒤에야 검사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렇게 조기 진단 기회를 놓쳐버렸지만, 현행법상 의료진의 검사 권고를 환자가 거부하더라도 처벌이 뒤따르는 것은 아니다. 현행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42조는 1급 감염병이 의심될 때 보건복지부 장관,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은 의심환자를 조사나 진찰을 받게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런 조치를 거부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아닌 의료진의 권고는 해당 사항이 없다. 정은경 본부장은 “코로나19를 의심할 만한 상황도 아니어서 이 조항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사회 집단감염이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 등이 있을 때 스스로 행동 수칙을 지키고 의료진 권고에 협조하는 일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필수다. 정은경 본부장은 “국민들께서는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가급적 학교나 직장을 나가지 않고 집에서 휴식하고 필요할 때 안내되는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며 “특히 마스크를 쓰고 가는 노력들이 좀더 강화돼야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증상이 있는 환자들이 쉴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대구, 서울 종로, 성동 등 매일 (감염 경로를 모르는) 새로운 환자가 생기고 있다”며 “정부 대책과 별개로 스스로 (증상이 있어) 쉰다고 하면 직장과 학교에서 인정해주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지 박현정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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