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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신세철의 쉬운 경제] 혜성처럼 나타났다 유성처럼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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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혜성처럼 나타났다 유성처럼 ①

메트로신문사

신세철 경제칼럼리스트


"한 점 부끄럼 없이" 짧은 생을 살아간 윤동주 시인은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라며 고뇌했다. 무심히 빛나는 별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반짝일 터이고,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들은 불가불 다 사라지지만, 무한한 우주와 유한한 세상이 어쩌면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강조하였다는 짐작이 간다.

알폰스 도오데의 동화 '황금 두뇌를 가진 사나이'에서 한 번 써버리면 다시는 채워지지 않는 "머릿속 황금"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인가? 처음 읽었을 때는 언뜻 인간의 존엄성 또는 자부심 같은 그 무엇이라고 어렴풋이 짐작하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 황금이 바로 사정없이 무자비하게 흘러가는 시간임을 느끼게 되었다.

간밤의 취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작취미성 상태에서 선잠이 반쯤 깨었다. 마음도 몸도 편안하게 쉬지 못하고 뒤척이다 보니 수 십 년 전 있었던 일과 바로 엊그제 일이 한꺼번에 겹쳐졌다가 흩어졌다가 다시 겹쳐지고 흩어진다. 까마득한(?) 옛날과 바로 조금 전 간밤에 있었던 일화와 토막 이야기들이 순간 순간에 교차되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였다? 시간이 이토록 빨리 지나가니 얼떨결에 제행무상이라는 사치스러운 감정에 휩싸였다. 세월의 수레바퀴는 그야말로 "화살보다도, 아니 번개보다도 더 빨리 달리고 있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황금보다 소중한 시간이 이다지도 빨리 지나가다니 이 무슨 안타까움인가? 살기 위하여 황금으로 된 두뇌를 조금씩 떼어 가면 떼어갈수록 살아 있는 시간이 다해가는 동화 속 '황금 두뇌를 가진 사나이'에게 남게 되는 것은 오로지 이런 저런 '기억의 저수지'뿐이 아닐까? 여러 나라 속담에서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하였다. 그러나 번개처럼 사라지는 세월의 흐름을 생각해 볼 때, 아무리 비싼 가죽과 큰 이름이라도 저마다 가슴 속에서 빛나는 아름다운 '기억의 보석'과는 어떠한 경우라도 도저히 견줄 수 없을 것이다.

아득한 과거로도 또 머나먼 미래로도 여행할 수 있는 머릿속 기억의 저수지와 상상의 나래를 푸릇푸릇 향기롭게 채워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람에 따라 가치관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공자님 사촌 동생이라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저마다 소중하게 여기는 그 무엇이 각기 다른데 자신의 생각과 가치를 남에게 주입하려들거나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인간은 자유로운 영혼이 마음껏 춤출 때 비로소 행복을 느끼는 데, 획일적 가치관의 굴레를 씌우는 일은 '인간적인 정말로 인간적인' 모습이 아니라는 뜻이다.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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