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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5 (토)

게릴라전 치른 ‘기생충’, 봉준호 감독이 밝힌 모든 것(종합)[MK★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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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소공동)=김노을 기자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오스카) 4관왕을 품은 영화 ‘기생충’으로 금의환향했다. 지난 수개월 동안 이어온 해외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봉 감독이 그간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에서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기념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제72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이후 제92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과 더불어 국내외 유수 영화제를 휩쓸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봉준호 감독과 곽신애 바른손E&A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이 참석했다.

봉 감독은 먼저 “긴 생명력을 가지고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이렇게 만나 기쁘다”면서 한국 땅을 밟은 반가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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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오스카) 4관왕을 품은 영화 ‘기생충’으로 금의환향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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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신애 대표 역시 “성원해주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무려 작품상까지 받아오게 되었다. 작품상은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모든 분들에게 영광과 기쁨, 좋은 경력이 되는 상이다. 작품상으로 마무리하게 되어 기쁘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트로피를 품에 안기까지, 오스카 레이스를 달리는 동안 한 마디 한 마디가 국내외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봉 감독과 송강호는 지난해 여름부터 미국에서 수많은 시상식에 참석하고, 외신 인터뷰를 진행하는 강행군을 이어왔다.

봉 감독은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는 네온이라는 중소배급사”라며 “우리는 게릴러 전이라고나 할까, 넷플릭스나 거대 회사 자본에 훨씬 못 미치는 자본으로 캠페인을 해야 했다. 그 말은 곧 송강호 선배와 제가 코피를 쏟을 일이 많았다는 거다. 우리는 아이디어와 CJ, 네온, 바른손의 팀워크로 물량의 열세를 커버했다. 한때는 세계적 거장들의 오스카 캠페인이 낯설기도 했는데 한편으로는 이런 방식으로 밀도 높게 영화를 점검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오스카로 피날레로 장식하는 것 아닌가. 오랜 전통을 가진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치열했던 그 과정을 회상했다.

‘기생충’뿐만 아니라 그동안 봉 감독은 빈부격차나 계급의 투쟁에 천착해왔다. 전작들이 있음에도 ‘기생충’에 이르러 폭발적인 파급력을 발휘한 데 대해서는 “이번에는 동시대적 이야기, 이웃의 이야기다. 현실에 기반한 톤의 영화라서 더 폭발력을 가진 게 아닐까 짐작한다. 차기작은 이전부터 준비하던 대로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봉 감독의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 당시 소감은 연일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거장 마틴 스콜세지를 향한 경의를 표한 그의 수상 소감에 국내는 물론이고 외신도 찬사를 보냈다. 이에 대해 봉 감독은 “오늘 아침에 마틴 스콜세지 감독님이 편지를 보내왔는데 저로서 영광이다. 개인적으로 보내신 편지라 말씀드리는 건 실례이긴 하나, 마지막 문장이 ‘그동안 수고했고 이제 좀 쉬어라. 대신 조금만 쉬어라. 나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조금만 쉬어라’였다”고 밝혔다.

또 ‘기생충’이 지닌 주제의식에 대해서는 “항상 도발적인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지만 스토리의 본질을 외면하기는 싫었다”면서 “우스꽝스러운 면과 빈부격차의 어두움이 드러나는 걸 단 1cm도 피하고 싶지 않았다. ‘기생충’ 전체로 그 부분을 정면 돌파 했다. 어쩌면 관객들이 싫어할 수도 있지만 그게 두려워서 피하고 싶지 않았다. 솔직하게 가려고 했고 대중적 측면에서 회피하고 싶지 않았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오스카 후광과 상관없이 관람이 높아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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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배우 박소담, 송강호, 봉준호 감독 사진=옥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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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는 다음 주 흑백판 개봉도 앞두고 있다. 앞서 ‘마더’ 때도 흑백판을 만든 바 있는 그인 만큼 흑백에 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로테르담에서 먼저 선보인 흑백판을 떠올리며 하나의 일화를 전했다.

봉 감독은 “(흑백판을 만든 이유는) 거창한 의도라기보다 고전 영화나 클래식에 대한 동경 소위 말하는 로망이 있기 때문”이라며 “세상 모든 영화가 흑백이던 세상이 있었다. 영화적인 호기심이 있고 영화 팬들도 그런 호기심이 있을 거다. 홍경표 촬영감독님과 많은 의논을 하며 작업했다. 묘한 느낌이 있다. 로테르담에서 어떤 관객분이 ‘흑백으로 보니까 화면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하더라.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 연기 디테일, 뉘앙스를 훨씬 잘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생충’은 HBO 제작의 미국드라마화도 확정됐다. 봉 감독과 아담 맥케이 감독이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러닝타임의 제약이 없는 만큼 더욱 밀도 높고, 새로운 영화가 될 전망이다. 다만 봉 감독은 틸다 스윈튼과 마크 러팔로의 출연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사안이 아니다. 논의 시작인 단계라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봉 감독이 영화사 새 역사를 쓴 후 한국영화계 안팎으로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포스트 봉준호를 위해서 한국영화산업에 변화기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봉 감독 역시 “신인감독들이 ‘플란다스의 개’나 ‘기생충’과 똑같은 시나리오를 들고 왔을 때 투자를 받을 수 있겠는가에 대해 냉정하게 질문해본다”면서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감독들이 이상한 실험을 할 수 없어 상업영화에 오지 못하고 독립영화에 머무는 게 안타깝다. ‘플란다스의 개’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독립과 상업의 상호침투가 있었다. 그런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 한국영화계가 리스크를 감수하고 껴안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독립영화를 하나하나 짚어보면 좋은 영화들이 꽃 피고 있기 때문에 좋은 충돌이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기생충’ 뒤에는 진심으로 작업에 참여한 스태프들의 열정이 아로이 새겨져있다. 자막을 맡은 달시 파켓부터 각본상을 수상한 한진원 작가, 노미네이트 된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까지, 뛰어난 스태프들도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오스카 무대에서 ‘충무로 사랑’을 표한 한 작가는 “유일한 사회생활이 충무로인데 아직까지 거기서 일하고 있다. 시나리오는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취재에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덕분에 좋은 장면들을 글로 적을 수 있었다. ‘기생충’에는 선과 악의 이분법적 대립이 없다. 10명 캐릭터 각자의 욕망과 서사가 있다. 모두에게 연민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플롯을 따라갈 때 색다른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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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 사진=옥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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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미술감독은 “스태프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일이 거의 없다. 작품 뒤에서 조용히 있는 게 스태프들인데, 아티스트들에게도 감사하다. 저에게 주는 상이 ‘기생충’을 잘해서 주는 상이 아니라 앞으로 더 잘하라는 의미를 되새겼다”고 의미를 되짚었다.

양진모 편집감독 역시 “스태프로서 이런 관심을 받는 게 신기하다. 과거의 노력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것 같다. 전 세계가 환호하는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되어 기쁘다. 본업인 편집으로 돌아가겠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봉 감독은 오는 20일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을 갖는다.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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