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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김형오 “불출마 생각 없나”…살벌한 공천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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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영남지역 면접날 첫 입장문

불출마 의원들에 “살신성인 용단”

구미을 장석춘 불출마…TK 3번째

의원들 “김 위원장 저승사자 같아”

중앙일보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와 법무법인 ‘한별’의 이수희 변호사 영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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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인적으로는 아깝고 안타깝지만 나를 불살라 전체를 구하려는 살신성인의 용단을 높이 평가한다.”

미래통합당의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18일 공천 면접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공식 입장문을 냈다.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 대한 면접날이었다.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했다. 당내에선 PK에 비해 불출마 의원이 적은 TK를 향한 메시지란 얘기가 나온다. 한 당직자는 “박수를 받으며 물러날 기회를 잡으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공교롭게 이날 구미을의 장석춘 의원이 불출마를 택했다. TK 의원 20명 중 세 번째 불출마였다.

#2 “과거의 법적 문제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공관위가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이수희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와 함께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를 영입한다고 발표했다가 2시간 만에 하 대표의 영입을 취소한 후 김 위원장이 내놓은 입장문이다. 하 대표가 2008년 서울시의원 재직 당시 돈봉투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이력을 뒤늦게 알고서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보다 신중하고 객관적인 검증을 철저히 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3 “왜 그분이 중요하냐. 그분이 그렇게 중요하면 직접 한 번 물어 보라.”

김 위원장은 오는 19일 진행되는 경남지역 공천 면접에서 홍준표 전 대표와 만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보인 반응이다. 그는 “그 얘기는 그만하라”며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앞서 김 위원장은 홍 전 대표에게 고향(밀양-의령-함안-창녕) 대신 수도권 출마를 권하기 위해 직접 찾아갔었다.

통합당의 공천을 책임진 김 위원장의 19일 모습이다. 보수 정당에서 공관위원장은 당 대표(또는 대통령)의 대리인인 경우가 많았다. 김 위원장은 다르다. 사실상 전권을 위임받았다. 스스로도 “어떠한 잡음과 외부의 압력에도 절대 굴하지 않고 공정하고 엄정하게 양심을 걸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기대도 있다. 자유한국당·새로운보수당 통합 과정에서 비교적 논란 없이 합의된 게 김형오 공관위에 공천을 일임한다는 것이었다. 통합준비위에서 김형오 공관위 체제를 수용하되 공관위원을 13명(기존 9명)까지 늘릴 수 있다고 결정했으나 김 위원장은 이를 뿌리쳤다. 새보수당 출신 한 의원은 “통합은 했고 다음은 혁신인데, 결국 공천에서 얼마만큼 변화시키느냐는 것”이라며 “김형오 위원장이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컷오프 대상일 수 있는 의원들을 직접 설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TK 지역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저승사자 같다. 행여 (불출마하라는) 전화 오는 건 아닌지 요즘은 휴대전화 보기가 겁난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면접에도 반영됐다고 한다. 공관위원들이 현역 의원에게 직접 “불출마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보는 등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고 한다. 이채익(울산 남갑) 의원은 면접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많이 했는데, 용퇴할 의사가 없느냐는 질문을 들었다. 지금은 당내 투쟁 전사가 필요한 시점이며,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에게 힘이 실리다 보니 잡음에도 휘말린다. 김무성 의원이 이날 “공관위가 이언주 의원을 부산 중-영도에 전략공천한다면 지역 표심이 분열될 게 뻔하다”고 하자 이언주 의원이 “공관위도 아니면서 아직도 막후정치를 하려는 행태는 매우 심각한 구태정치”라고 반발한 일도 있었다.

이병준·김기정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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