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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EU 규제 발표 앞두고…저커버그 “우리 좀 규제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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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명확하게 해달라는 취지 기고

15일 뮌헨선 “페북도 콘텐트 책임

SNS 책임은 신문과 통신사 사이”

구글·애플 경영진도 최근 EU 방문

중앙일보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1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EU 집행위원회를 방문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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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근본 가치를 건드리는 결정을 일개 기업이 혼자서 내리면 안 된다. 선거, 유해 정보, 사생활, 데이터 활용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신문에 직접 글을 써서 “우리(페이스북) 좀 규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공개 석상에서 “소셜미디어도 콘텐트 내용에 책임이 없지 않다”고도 했다. 그는 대체 왜 ‘낮은 포복’을 하고 있을까.

저커버그는 지난 15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 “소셜미디어의 책임은 신문사와 전화 통신사 사이 어디엔가 있다”고 했다. 페이스북은 신문사처럼 게재된 내용 전부를 책임지지는 않지만, 통신사처럼 ‘전화 내용에 대한 책임을 우리에게 왜 묻느냐’고 하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이틀 후, 2월 17일자 파이낸셜타임스에 저커버그의 기고가 실렸다. 제목은 ‘거대 기술기업을 더 많이 규제해야 한다(Big Tech needs more regulation)’. 그는 “페이스북은 표현의 자유냐 규칙 강화냐, 열린 공간 제공이냐 데이터 보호냐 같은 사회적 가치 사이에서 날마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명확하게 옳기만한 답은 거의 없다”며 “유럽연합(EU)이 국제기구를 만들어 페이스북의 데이터를 공유 받겠다는 것은 좋다. 하지만 ‘개인 데이터’의 정의는 어디까지고, 그 결정은 누가 하나”고 썼다. “좋은 규제는 단기적으로 페이스북 사업에 해가 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페이스북에도 좋다”고도 했다.

기고문의 핵심은 개인정보와 유해 콘텐트에 관한 규제를 ‘명확하게’ 만들어달라는 주문이었다. 저커버그는 “규제가 명확하지 않으면서 엄격하기만 하면, 기업들은 규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고 틀어쥘 수밖에 없다”며 “규제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저커버그는 특히 정치 영역에서 모호함을 호소했다. 페이스북은 정치 광고에 대해서는 광고주가 누구이며 광고 단가가 얼마인지 공개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반문했다. “선거 기간에 비영리단체가 이민 정책에 관련된 광고를 페이스북에 게재한다면 그것은 ‘정치 광고’인가 아닌가? 그런 판단은 누가 내려주는가?”

EU는 ‘데이터 주권’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구글·페이스북·아마존 같은 미국 기업들이 유럽 소비자 개인정보로 사업하는 것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거다. 2018년 5월 EU 시민의 데이터를 EU 밖으로 가져가는 것을 규제하는 개인정보보호법(GDPR)이 시행됐다. EU의 GDPR을 어긴 회사는 총 매출의 4%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EU 고객을 보유한 한국 쇼핑·게임 업체들도 해당된다. 이를 면하려면 국가 차원에서 EU 정보보호 적정성 심사를 올해 5월까지 통과해야 한다.

EU는 19일 정보통신(IT) 기업에 대한 규제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콘텐트뿐 아니라 자율주행, 안면인식 같은 기술도 관련된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은 EU의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 EU 집행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 구글 CEO, 애플 부사장이 최근 다녀갔고 저커버그도 현재 그곳에 있는 이유다. EU 집행위원들은 “콘텐트에 대한 페이스북의 대응은 너무 느리고, 무책임하다”며 강성 발언을 내놓고 있다.

페이스북은 미국에서도 정치적으로 곤혹스러운 처지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8700만 명의 개인정보를 영국의 정치 컨설팅 업체에 유출한 일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50억 달러 이상의 벌금을 받았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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