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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신종 코로나로 썰렁해진 유럽 관광도시… “재난급 비상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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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프랑스 파리 시내에 위치한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16일 주말을 맞아 나온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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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또 장기화하면서 유럽 관광도시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을 전면 금지한 탓에 ‘차이나 머니’에 크게 의존해 왔던 명품 매장이나 고급 숙박시설 등이 매출 하락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수치화는 이르지만 거의 모든 유럽 국가에서 신종 코로나발 경제적 타격이 분명해지고 있다” 며 “특히 관광도시에서 중국인들이 자취를 감췄다”고 전했다. 신문은 프랑스 파리의 라파예트 백화점을 예로 들었다. 신종 코로나 사태 전까지 명품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섰던 중국인 행렬을 요즘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곳은 중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이름이 높다.

원래 유럽 관광산업의 최대 고객은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었다. 그러나 급격한 경제성장과 함께 중국인들의 유럽 여행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자연스레 일부 지역 및 업종은 중국인이 ‘큰손’ 지위를 꿰찼다고 NYT는 설명했다. 실제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2018년 중국 관광객의 해외 소비 규모는 2,770억달러(약 329조3,000억원)로 2000년(100억달러)과 비교해 27배 이상 폭증했다.

프랑스의 경우 중국인 고객 비중이 무려 80%를 차지하는 면세점과 백화점 등 쇼핑 명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도 파리 다음으로 중국인이 즐겨 찾는 디종에선 이달에만 호텔 40여곳에서 3,000개 객실의 예약이 취소됐다. 스키 비시즌 기간 사실상 중국인 관광에 대부분의 수입을 의존하는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역시 비상이 걸렸다.

이탈리아의 위기감은 남다르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21일 두 나라는 향후 1년간 미술품 상호 전시를 늘리는 등 문화ㆍ관광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이탈리아에도 상륙하자 열흘 만에 합의는 무용지물이 됐다. 마티아 모란디 이탈리아 문화관광부 대변인은 “지진에 버금가는 비상사태”라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관광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업계 전반의 불안감은 증폭되는 상황이다. 1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이달 중순 개최 예정이던 세계 최대 통신ㆍ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를 취소했다. 아마존 인텔 페이스북 등 수십개 업체가 줄줄이 불참을 통보하면서다. 손실액만 5억유로(약 6,41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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