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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오철우의 과학풍경] 코로나19 확산 모형이 말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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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오철우 ㅣ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코로나19 감염자가 수십만명, 심지어 수백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어두운 예측들이 보도되고 있다. 감염 확산을 예측하는 수학모형(시뮬레이션)의 계산 결과들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는 사태 초기 상황과 데이터를 반영한 것이라, 지금은 더 강해진 방역 효과에 힘입어 곧 터널의 출구도 눈에 들어오리라는 기대를 놓지 않는다.

시뮬레이션은 코로나19의 미래를 얼마나 정확히 예측할까? 미래는 얼마나 결정된 걸까? 오히려 시뮬레이션들은 바이러스와 인간사회의 일진일퇴 상황에 따라 미래가 뚜렷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캐나다 토론토대학 연구진이 인터넷에 공개한 코로나19 확산 모형(art-bd.shinyapps.io/nCov_control/)에서도 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감염병 확산 모형에 널리 쓰이는 몇가지 요인(팩터) 값들이 여기에서도 사용됐다. 하나는 감염 재생산 지수(R0)인데 감염자 한 명당 후속 감염자 수를 가리킨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R0는 대략 ‘2~3’ 정도로 추산된다. 다른 기본값으로 연쇄감염 간격(serial interval)이 있는데 선행 감염자가 발병한 때부터 후속 감염자가 발병한 때까지 걸린 시간을 뜻한다. 코로나19의 감염 간격은 ‘7일’ 정도로 추정된다. 그래서 수치로 보면, 방역 활동은 R0를 1 이하로 줄이고 감염 간격을 더 늘리는 전략과 대응으로 이해된다.

토론토대학 모형은 만일 코로나19가 별 통제 없이 ‘R0 2.3’ 상태로 퍼졌다면 감염자가 24일 무렵엔 무려 35만명에 이를 것임을 보여준다. 다행히 방역 이후에 ‘실제 R0’ 값은 줄었다. 그렇더라도 ‘R0 1.7’에서도 감염자는 24일 무렵 1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통제 방역이 일찍이 1월1일 시작됐다면? 감염자는 2000명 안팎에 머물렀을 것이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시뮬레이션의 목적은 그저 미래 예측에만 있지 않고 우리가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수 있음을 수치로 보여준다. 그래서 방역 전략의 판단 근거와 정보가 된다. 이런 실용성 때문에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해마다 독감 유행을 잘 예측한 시뮬레이션을 선정해 발표한다. 물론 시뮬레이션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현실의 방역 데이터가 잘 관리되고 투명해야 한다.

요즘엔 항공망 비행 데이터나 도시인 이동 데이터를 분석해 바이러스의 지리적 전파를 예측하는 기법도 주목받는다. 최근 연구자들은 코로나19 유입 가능성이 크면서도 보건과 방역 체계가 취약한 고위험 국가들을 예측해 빨간 경보등을 켜고 있다. 투명하고 신속하고 공조를 이루는 방역이 최선의 전략임을 시뮬레이션들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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