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절벽에 선 대형마트 흔드는 '노조 리스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자신문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18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사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생존을 위한 변화에 나선 대형마트 업계가 노사 갈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설 정도로 위기감이 고조됐지만 노동조합 반발이 거세지면서 경영 전략에 험로가 예상된다.

18일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회사가 조합원 2명을 강제 발령했다”면서 “강제전배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인력 전환과 부서통합운영 등을 규탄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나섰다. 앞서 롯데마트 노조도 롯데쇼핑 점포 30% 구조조정 방안을 저지하기 위한 강경 투쟁을 예고하며 노사 간 긴장감이 커진 상태다.

경영실적 악화로 생사의 기로에 놓인 대형마트들은 자칫 마지막 변화의 기회마저 놓칠까 전전긍긍하는 눈치다. 올해를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고강도 쇄신책을 내놨지만 노조 반발이 만만치 않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한 롯데쇼핑은 직무 재배치를 통해 기존 인력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노조 측은 200여개 점포가 정리되는 만큼 희망퇴직 등 사실상 해고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항변했다.

내우외환에 빠진 롯데의 고심도 깊어졌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은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점포를 유지하기 위한 고정비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외형 유지보다는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둔 군살 빼기가 절실했다.

지난해 롯데쇼핑 영업이익은 28.3%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무려 8535억원에 달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부진점포 폐점이나 유휴자산 매각 등 보다 적극적인 사업 효율화 작업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번 구조조정 역시 '지금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반영됐다.

문영표 롯데마트 사업부장은 임직원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 "체질 개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미래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절실한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으니 흔들리지 말아달라"고 당부했지만 내홍을 막지 못했다.

홈플러스 내부에서도 정상적 경영활동을 무작정 반대하는 것은 회사의 인사·경영권을 과도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점포 인력 일부를 온라인 지원에 투입하고 슈퍼마켓으로 전환 배치한 것도 급변하는 시장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업무 효율화 조치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인사 대상자와 3회에 걸쳐 면담을 진행하는 등 노조와 합의한 절차를 적극 따랐음에도 '강제전배'라는 주장을 펼쳐 유감스럽다”면서 “이는 회사의 정당한 경영활동 중 하나인 인사발령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매업 종말이 가속화되며 대형마트들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하며 “지나친 노사 갈등은 앞서 조선업 사례처럼 산업 경쟁력만 악화시킨다. 노사가 힘을 합쳐 건설적인 방향으로 자구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