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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사설] 靑비서관 “승리 착각 땐 파국”… 민주당은 귀 기울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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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운데)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민주당만 빼고’ 칼럼에 대한 검찰 고발을 취하했지만 일부 여권 지지층이 임 교수와 경향신문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잇따라 신고했다. 한 온라인 매체 대표는 “임 교수가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제안하는 등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제254조를 위반했다”며 임 교수를 선관위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일부 극렬 지지자들은 임 교수의 신상털기 등 무차별 공격을 자행하고 있다고 한다. 사과와 반성은커녕 비판 여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무도한 행위가 이어지는 건 용납하기 어렵다.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식 사과 없이 “앞으로 잘하겠다”고만 했다. 남인순 최고위원이 “민주당은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위해 권위주의 정권에 투쟁해왔기에 임 교수 사태는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언급한 게 전부라고 한다. 당 일각에서 “제대로 사과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무시됐고, 이 대표는 대표가 공식 사과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고발을 주도한 대변인단 사퇴 논의도 없었다고 한다. 이러니 “당 지도부가 오만에 빠져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 아닌가.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은 이례적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진보에게는 인내심이 필요한 것 같다. 작은 승리를 큰 승리로 착각한 자들에 의해 파국이 시작된다”고 경고했다. “(진보가) 시대에 맞춰 유연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극단에서 항상 극단으로 가는 것 같다”고도 했다. 청와대에선 당의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한다. 보다 못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어제 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내정자 자격으로 “겸손함을 잃었거나 또는 겸손하지 않게 보인 것들에 대해 국민들께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의 첫 공식 사과 발언이다.

민주화를 이끌었다고 자부하는 정당에 반민주적이란 비판이 쏟아지는 건 역설이다. 역대 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하던 정당이 순식간에 무너진 경우는 한두 번이 아니다. 자기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단순 이분법과 일부의 과격 행동은 4·15 총선에서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임 교수는 “민주당 당 대표의 공식 사과가 없는 것은 유감이나 이 전 총리와 남 최고위원 발언을 의미 있게 생각하고 수용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열성 지지자들에겐 자제를 촉구하고, 더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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