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춘제 분위기 망치지 말라” 지시가 사태 키워…커지는 ‘시진핑 책임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비상 방역 태세 상향” 보고받은 다음날 정치국 상무위 회의서 발언

우한시 늦장 봉쇄에 코로나19 확산 불러…‘양회’ 사실상 연기 확정



경향신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사진) 등 중국 최고 지도부에 대해 ‘코로나19’ 대응실패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춘제(중국의 설) 분위기를 망치지 말라”는 시 주석의 지시가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초래했다는 언론 보도가 17일 나왔다.

중국 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는 지난 15일 시 주석이 2월3일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주재하면서 한 발언 전문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폐렴 발생 이후 1월7일 나는 정치국 상무위 회의를 주재해 폐렴 방어·통제 업무에 관한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사태 초기부터 적극적 대응에 나섰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관영 매체를 통해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회의와 발언 등을 공개한 것이다.

하지만 홍콩 명보는 이날 ‘시 주석이 초기부터 적극 대응했다는 관영 매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명보가 베이징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후베이성(湖北)과 우한(武漢)시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환자가 발생하자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가 조사에 나섰다. 질병예방통제센터는 1월 초 중앙 지도부와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즉시 방역 조처를 해야 한다”고 했고, 가오푸(高福) 질병예방통제센터 주임은 1월6일 비상 방역 태세를 2급으로 올려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7일 시 주석이 주재한 정치국 상무위 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은 뒷전으로 밀렸다. ‘중앙 영도인’이 “예방 조치에 주의를 기울이되 지나치게 공포를 조성해 다가오는 춘제 분위기에 영향을 줘서는 안된다”고 지시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중앙 영도인’은 시 주석을 가리키는 말이다.

시 주석 지시는 후베이성과 우한시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불렀다. 우한시가 지난달 19일 4만명을 초대한 초대형 춘제 행사인 ‘만가연(萬家宴)’을 연 것이 그 예다. 사흘 뒤인 23일 ‘우한 봉쇄령’이 내려졌지만, 코로나19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된 뒤였다. 이 소식통은 “이번 사태는 외부에 알려진 것처럼 보건 전문가들이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게 아니라, 권력 고위층의 정책 결정과 지방 정부의 집행에서 엄중한 판단 착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매년 3월 초 열리는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의 연기가 사실상 확정됐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오는 24일 상무위원회에서 제13기 전인대 제3차 회의 연기 결정 초안을 심의할 것이라고 신화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전인대는 당초 다음달 5일 개막할 예정이었다.

내달 3일 개막이 예정됐던 인민정치협상회(정협)의 전국위원회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양회 연기는 수십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병했을 때도 양회는 그해 3월에 열렸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지금 많이 보는 기사

▶ 댓글 많은 기사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