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8 (일)

1년여 만에 들은 아들의 심장소리…장기 기증자와 이식인이 만났다 [김동환의 월드줌人]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美 텍사스주에서 심장 기증자 가족과 수혜자 만나

교통사고로 뇌사에 빠진 아들은 열흘 뒤, 심장 등 장기를 다섯 사람에게 나눠주고 세상과 작별했다.

아들을 그리워하던 아버지는 1년여가 지난 뒤, 이식인 가슴에서 뛰는 아들의 심장 박동에 말을 잃었다.

장기기증으로 아들의 심장을 받은 수혜자와 기증자 가족의 만남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의 한 음식점에서 이뤄졌다.

텍사스주 휴스턴의 KHOU11 방송국은 이날 워싱턴카운티 브렌햄의 한 음식점에서 장기 기증자 가족과 수혜자가 만난 소식을 보도했다.

세계일보

미국 텍사스주 브렌햄에 살던 매튜 스판(21·사진 가운데)은 2018년 교통사고로 뇌사에 빠져 심장 등 장기를 다섯 환자에게 나눠주고 세상과 작별했다. 미국 KHOU11 영상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단 스판(47)의 아들 매튜(21)는 2018년 집에 오던 중 지나가는 차에 치여 뇌사상태에 빠졌다. 촉망받던 육상선수 아들의 교통사고는 조단의 가족에게 그야말로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조단은 눈 감은 아들이 깨어나길 열흘이나 기다렸지만, 결국 매튜는 다시 일어나서 뛸 수 없었다.

매튜는 심장 등 장기를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 놓인 다섯 환자에게 나눠주고 세상과 작별했다.

이날 조단 부부와 만난 크리스티 리차드 러스(54)는 앞서 오랫동안 심장 질환을 앓던 중, 매튜의 심장 기증 덕분에 새로운 인생을 얻었다.

러스의 가슴에 청진기를 댄 조단은 그의 가슴에서 뛰는 아들의 심장 소리에 귀 기울였다.

아들의 심장 소리를 듣도록 러스도 청진기를 꼭 잡은 채 숨죽여 조단을 지켜봤다.

잠시 후, 조단은 “세상에”라며 쿵쿵거리는 아들의 심장 소리에 감탄했다. 비록 다시 만날 수 없지만 다른 이의 가슴에서 매튜의 심장 소리를 들으니, 마치 그리워하던 아들을 재회한 느낌이 들어서다.

러스는 “고요한 밤에는 소년의 심장 소리가 더욱 잘 들린다”고 장기 기증에 고마워했다.

세계일보

미국 텍사스주 브렌햄에 사는 조단 스판(47·사진 왼쪽)은 2018년 육상선수 아들 매튜(21)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사고로 뇌사에 빠진 매튜는 심장 등 장기를 다섯 환자에게 나눠주고 세상을 떠났으며, 조단은 지난 10일 이식수술 1년여 만에 수혜자 크리스티 리차드 러스(54)를 만나 그의 가슴에서 뛰는 아들의 심장을 느낄 수 있었다. 미국 KHOU11 영상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섯 시간에 걸친 자리가 종료되고, 매튜의 엄마는 “우리는 여기 오기 전까지 정말 긴장했다”며 “보자마자 서로를 와락 안을 수밖에 없었다”고 러스와 만난 소감을 밝혔다.

매튜의 엄마는 “남편은 아들이 용감한 장기 기증자였던 점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행복해했다”며 “누군가를 통해 아들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 고마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매튜가 정말 용감한 아들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러스도 이러한 일들을 통해 만난 나와 남편을 축복해줬다”고 말했다.

이들의 사연을 전한 KHOU11은 “어느 소년의 값진 선물이 두 가족을 영원히 이어주게 됐다”며 “이들은 장기 기증의 장점을 널리 알리기 위해 자신들의 사연이 공유되기를 바랐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