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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사설]미래통합당 출범, 쇄신과 비전 없이는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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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새로운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 등 보수진영 정치세력이 한데로 뭉친 미래통합당이 17일 공식 출범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로 새누리당이 갈라져 분열을 거듭하다 3년여 만에 불완전하나마 보수통합의 닻을 올린 것이다. 전진당과 재야에 포진한 친이명박계, 옛 안철수계 인사, 일부 청년정당 등 다른 정파가 참여하기는 했으나 큰 틀에선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결합해 탄핵 이전의 새누리당을 복원한 모양새다. 미래통합당 지도부부터 황교안 대표 등 한국당 최고위원 8명을 비롯해 옛 새누리당 출신 인사들로 절대 다수가 채워졌다. 총선 공천관리위원회 역시 한국당 김형오 위원장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났다. 당초 통합준비위원회에 참여했던 시민사회단체 측이 전원 탈퇴한 것도 이런 지도부 구성의 문제 때문이었다. 신당은 모름지기 새로운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가치와 쇄신의 지향점을 보여줘야 한다.

애초 유승민 의원이 내건 ‘보수 재건 3원칙’을 수용했다고는 하나 새집을 짓는 외양만 갖췄을 뿐, ‘탄핵의 강을 건너고 개혁보수로 나간다’는 원칙은 충분한 논의 없이 두루뭉술하게 넘어간 터다. 새로운 가치와 비전은 빠진 채 총선을 앞두고 ‘반문재인’ 세력의 단일대오 구축에만 매몰된 탓에 미래통합당이 간판만 바꾼 한국당의 확대 복사판으로 비치는 것이다.

미래통합당이 지리멸렬한 보수진영을 통합해 ‘정권 견제’의 전열을 정비하고 나름 보수 재건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는 있겠으나, 거기까지다. 뼈를 깎는 자기 반성과 혁신이 수반되지 않은 ‘반문’ 깃발만 앞세운 통합으론 잃어버린 보수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미래통합당이 탄핵을 불러온 ‘도로 새누리당’으로 회귀하지 않으려면 우선 잘못된 정치관행과 결별하고, 과감한 자기 쇄신과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 당장 새로운 보수의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첩경은 총선 공천에서 물고기가 아니라 물을 교체하는 수준의 혁신적 물갈이다. 꼴통수구를 대변하고, 구태 정치를 지탱해온 기득권 세력을 배제하고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인물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개혁 공천이 바로미터다. ‘그 나물에 그 밥’인 인적 구성으로는 새로운 보수의 길은 열리지 않는다. 정권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에 안주, 혁신은 시늉에 그치고 결국은 기득권 지키기로 귀결되면 미래통합당은 명멸해간 선거용 ‘급조 정당’의 전철을 되밟을 것이다. 보수통합의 기치에 걸맞은 새로운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자유한국당에 ‘자유’가 없었듯 미래통합당에는 ‘미래’가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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