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의 닻을 올리기는 했지만 통합당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당장 ‘도로 새누리당’이란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실제 지도부 구성부터가 그렇다. 황 대표 등 한국당 최고위원 8명이 모두 통합당 지도부로 입성했다. 새로 합류하는 원희룡 제주지사와 이준석 새보수당 최고위원 역시 새누리당 출신이다. 흩어진 식구들이 다시 모인 것에 불과할 뿐 중도 확장성이 크게 부족하다. 오죽하면 이런 지적이 통합당 내부에서부터 일고 있겠는가. 단순히 다시 합하는 것만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유승민 새보수당 재건위원장의 우려도 이런 맥락이다.
통합당은 국민이 공감하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쇄신과 미래 비전으로 단단하게 재무장해야 한다. 그래야 통합의 진정한 의미를 살려나갈 수 있다. 우선 필요한 것은 대대적인 물갈이다. 낡은 인물을 과감히 교체하고 그 자리는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들로 채워야 한다. 일부 중진급 의원이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런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득권을 내놓겠다는 텃밭 대구경북(TK) 지역 현역 의원은 아직 한 명도 없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면 국민들의 닫힌 마음은 결코 열리지 않는다. 통렬한 반성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혁신하고 기득권을 포기하는 희생이 전제되지 않은 통합은 의미가 없다.
통합당이 추구하는 정책과 비전도 여전히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잇단 실정에 편승한 민심이반과 반사이익에 기대 표를 얻겠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와 시장경제 체제 구축이라는 정책의 방향성과 방법론 제시가 특히 중요하다. 국민들은 보수의 가치를 보여주는 정당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컨벤션 효과로 통합당의 지지율은 당분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도 보수 정당의 가치와 비전, 뼈를 깎는 반성과 쇄신이 뒤따르지 않으면 지지율 거품은 순식간에 걷히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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