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1 (토)

‘시진핑 비판’ 교수 등 또 행방불명…중, 코로나 여론 재갈 물리기 나섰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쉬장룬 칭화대 교수·시민기자 팡빈 연락 끊겨

소설계정 폐쇄 ‘코로나 19’ 대응 비판글 삭제

관영매체,시진핑 코로나 대응 연설문 싣는 등

주도적 역할 부각…오히려 리더십 위기 방증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 지도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지식인과 시민기자가 잇따라 외부와 연락이 끊긴 채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중국 지도부가 비판여론에 공세적으로 재갈을 물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지도부는 사태 발생 초기부터 시진핑 국가주석이 코로나19 확산 방지 노력을 주도해왔다고 이례적으로 강조하고 나섰다.

영국 일간 <가디언> 주말판인 <업저버>는 15일 “코로나19와 관련해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를 정면 비판한 쉬장룬 칭화대 교수(법학)가 며칠째 연락이 끊긴 상태”라며 “쉬 교수의 소셜미디어 위챗 계정은 폐쇄됐고, 휴대전화는 불통 상태이며,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도 쉬 교수의 글이 오래전 쓴 몇 건을 제외하고 대부분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쉬 교수는 지난 4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분노한 인민은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를 직접 겨냥해 비판한 바 있다. 그는 “한 사람에게 권력이 독점되면서 제도적 무능이 위험수위까지 올라갔다”며 “사실에 입각한 정보를 알리지 못하게 한 탓에 정부 각 단위별로 속임수가 만연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그는 2018년 7월 중국 지도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으며, 칭화대 쪽은 지난해 3월 그를 직무정지한 바 있다.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 상황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달해온 의류업자 겸 시민기자 팡빈도 당국에 체포된 뒤 연락이 끊겼다. <홍콩방송>(RTHK)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팡빈은 지난 1일 우한지역의 한 병원 앞에 주차된 ‘우창 장의사’ 미니버스에 주검 8구가 포개져 있는 장면 등을 전하며 열악한 현지 의료 실태를 고발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그는 지난 9일 소방관을 시켜 문을 부수고 들어온 사복경찰에 체포됐으며, 이후 연락이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역시 우한지역 코로나19 실태를 적극 알려온 현직 변호사 겸 시민기자 천수스도 지난 6일부터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비판적 목소리가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관영매체들은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한 시진핑 주석의 ‘주도적 역할’을 적극 부각시키고 있다. 당 이론지인 격월간 <추스>(구시)에 지난 3일 열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시 주석의 6천여자 분량의 연설문이 실렸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는데, 이에 따르면 시 주석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보름 이상 빠른 지난 1월7일 열린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첫 대응방침을 지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신화> 통신 등의 1월7일 회의 관련 보도에는 이런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시 주석의 ‘첫 지시’ 이후에도 우한을 비롯한 후베이성 당국은 지역 정치행사를 예정대로 치르는 한편, “신규 확진자가 없으며, 사람 간 전염이나 의료진 감염도 없다”는 기존 주장만 되풀이한 바 있다. 정치평론가 우창은 16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중국 지도부가 코로나19 예방·통제를 위해 시 주석이 최선을 다했다는 내용을 방어적으로 설명하고 나선 것은 전례가 없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짚었다. 그만큼 시 주석의 리더십에 대한 위기의식이 깊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네이버에서 한겨레 구독하기
▶신문 보는 당신은 핵인싸!▶조금 삐딱한 뉴스 B딱!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