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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라임손실 두배로 키운 TRS…투자자들 "계약전 설명 못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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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임사태 후폭풍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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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의 총수익스왑(TRS) 거래 검사에 나선 이유는 소비자 불완전판매 의혹 핵심 사안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공모펀드 대비 거액의 자금이 투자되는 사모펀드라고 해도 개인투자자들이 TRS 거래를 이해하기 어렵고, TRS 서비스 비중도 높아 이례적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소송과 분쟁조정 신청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은 TRS에 대한 고지를 전혀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16일 증권업계와 감독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 환매중지 펀드 판매사를 대상으로 펀드판매 계약서 검사를 준비하고 있다. 라임 펀드 대량 판매처인 우리은행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하나은행 대신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신영증권 등 18개 증권사와 판매사가 대상이다. 이들은 환매중지된 라임자산운용의 자펀드 173개를 총 9943억원어치 판매했다. 계좌 수는 4035개로 1인당 평균 2억4600만여 원을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법인 투자금은 6736억원이다. 판매사 외에 TRS 서비스를 제공한 증권사도 검사 대상이다.

문제는 전체 투자금 약 1조6000억원 가운데 TRS 서비스를 통한 투자금만 67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TRS 서비스는 이번 펀드 환매중지 사태에서 손실을 2배 가까이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TRS는 증권사가 특정 자산이나 현금·증거금 등을 담보로 주식·채권 등을 추가로 매입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로, 주식·채권에 대한 소유는 증권사에 있지만 가치 상승·하향에 대한 이익이나 손실은 투자자가 가지는 식이다. 증권사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만 챙긴다. 예컨대 라임 펀드들은 평균적으로 펀드자금의 42%를 TRS로 충당했다. 펀드 투자자산 가치가 10% 상승하면 수익은 17.8%, 30% 오르면 51.6%, 50% 상승은 86%를 얻을 수 있었다. 반대로 가치가 하락하면 실손실보다 40%포인트 이상 높은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물론 증권사나 운용사에 주는 수수료 역시 투자자 몫이다.

특히 TRS는 손실에 따른 증거금 부족으로 증권사까지 손실을 입을 수 있는 구간에 진입하면 '마진콜'을 통한 정리매매가 진행될 수 있다. 마진콜 시점은 계약마다 다르지만 원금의 40~50% 구간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TRS는 일반적으로 법인 상대 서비스여서 개인에게는 권하지 않는데, 그 비율마저 굉장히 높아 놀랐다"며 "일반투자자에게는 코스닥 레버리지 같은 상품을 설명하기도 어려운데 TRS는 물론이고 마진콜에 따른 청산 우려까지 제대로 고지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라임이 무리한 TRS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현재 예고된 1조원대 손실을 절반가량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과도한 수수료 장사 또는 이익 추구로, 모럴해저드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투자 피해자들은 TRS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를 대리하고 있는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라임 펀드 피해자들은 본인이 가입한 펀드가 TRS나 레버리지를 끼고 있는지 모르거나 계약 시 고지가 제대로 되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며 "(TRS는) 투자자들이 불완전판매나 계약 취소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라고 꼬집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TRS 위험성을 알고 계약했는지 계약서를 점검할 필요성이 제기된 상태"라고 전했다. 금감원은 TRS 거래 적정성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가 발생했다면 불완전판매에 따른 분쟁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이 밖에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이 펀드를 '모(母)-자(子)' 형태로 바꾸면서 펀드수수료를 추가로 편취했는지, 또 유사한 펀드가 공모펀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작게 나누는 식으로 쪼개기 '사모펀드'를 구성했는지도 추가 검사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모펀드와 자펀드로 구조를 변경한 시점이 2018년 무역금융펀드에서 부실이 발생했을 때였으며 이 과정 자체를 부실 은폐를 위한 행위로 보고 있다. 아울러 모자펀드를 운용했을 때 같은 돈이 2개에 펀드에 들어가는 효과를 내면서 전체 수탁액이 커져 회사 외형이 성장하는 것처럼 포장될 수도 있으며 회사는 펀드 2개를 운용한다는 이유로 투자자에게 관리수수료를 배로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자본시장법 119조에 따르면 사모펀드는 49인 이하 투자자에게만 판매할 수 있어 판매사가 50명 이상 여러 투자자에게 펀드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공모펀드로 출시해야 한다. 일부 운용사는 이를 회피하기 위해 사실상 같은 펀드를 1호·2호·3호 등 다른 이름을 붙여 쪼개기 팔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증권신고서 제출이나 주기적 공시 등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라임자산운용 역시 유사한 자산을 가진 펀드를 수천 명에게 판매하는 과정에서 공모 규제를 회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 <용어 설명>

▷ 총수익스왑(TRS) : 증권사가 펀드자산을 담보로 자산운용사에 자금을 빌려주는 일종의 펀드담보대출(레버리지)을 의미한다.

▷ 마진콜(Margin Call) : 증권사가 투자원금 손실 우려 시점에 투자자에게 추가 증거금(담보)을 요청하는 행위. 증거금이 추가되지 않으면 정리매매를 통한 청산이 시작된다.

[진영태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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