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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감염병 전문가 김우주 교수 “지역사회 감염 차단 최우선… 방역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우한 폐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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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언론 거버넌스 구성 시급 / 현장서 바로 적용할 매뉴얼 구축 / 초기 과감한 예산 배정 등 나서야 / 세계보건기구와 정보교류 확대 / 귀국 우한 교민들 전원 검진 필요 / 건강한 사람도 2주 격리 고민해야 / 기침예절·손씻기·마스크 착용 등 / 위기상황선 항상 시민의식 중요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위기로 번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확진환자가 4명이 나왔다. 그중 3, 4번째 환자는 무증상 감염자로 공항과 병원도 뚫고 도심을 활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역망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설 연휴를 마치고 일상에 복귀한 시민들의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28일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전 대한감염학회이사장)를 인터뷰했다. 그로부터 초유의 ‘우한 폐렴’에 관한 현안과 대처법, 예방 요령 등에 대해 들었다.

세계일보

투명한 정보 공개 필요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28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한 폐렴’을 대처하려면 정부의 선제적인 대응과 투명한 정보 공개, 전국민의 적극적인 협조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고대 구로병원 제공


김 교수는 2003년 사스 발생 때 정부 자문위원,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는 국무총리 메르스 특보로 활동한 국내 최고 감염병 전문가다. 김 교수는 “메르스 사태 이후 5년 만에 또 이런 일이 터져 전문가인 저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라며 “정부의 선제적이고 정교한 대응과 정보의 정확한 공개, 증상자는 1339에 신고하는 등 전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와 차분한 대응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중국은 사망자가 100명이 넘고, 수도 베이징에서도 희생자가 나오는 등 ‘우한 폐렴’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데.

“1월10일 중국에서 41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나 사망자 없고, 의료진 감염도 없고, 사람 간 전파 또한 없었다. 이때만 해도 가볍게 지나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보름여가 흐른 뒤 사망자가 발생하고 사람 간 전파에 의료진마저 감염됐다. 중국은 이미 사망자가 100명을 넘은 데 이어 베이징에서도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태국, 미국, 프랑스 등에서 잇따라 확진자가 나와 바이러스 글로벌화 위기국면이다. 팬더믹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판단된다. 팬더믹은 대륙 간 전파, 국가 내에선 지역 간 전파를 말한다. 중국 정부가 문제다. 유행의 인지와 발견, 보고 등의 과정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실기한 감이 없잖다. 예측할 수 없는 지경이다. 세계보건기구도 우한 폐렴 글로벌 위험 수위 ‘보통’에서 ‘높음’으로 올렸다고 들었다. 세계보건기구와 각국의 유기적인 정보교류가 중요하다.”

― 증상 없이 입국한 3, 4번째 확진자에 의해 공항도 병원도 뚫렸다. ‘2차 감염’에 대한 우려가 있다. 비관적인가.

“중국과의 교류를 완전히 차단하지 않는 한 중국발 입국행렬을 막을 방법이 없지 않은가. 문제는 잠복기에 입국하는 사람은 걸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 증상이 없는 잠복기 환자나, 해열제를 먹어서 열이 없는 사람이 지역사회를 돌아다니는 것을 어떻게 차단하느냐가 관건이다. 3, 4번째 확진자에 의해 중국을 다녀오지 않은 사람도 감염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른바 지역사회감염이다. 이 환자가 돌아다니면 3차 전파자가 생긴다. 그러면 중국 여행력을 스크린하는 것은 무용지물이 된다.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이런 분들을 빨리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확산을 막는 골든타임이라 할 수 있는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3, 4번째 환자가 며칠씩 돌아다녔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사실 기시감이 든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2015년 메르스 발생 때 첫 번째 환자가 바레인에서 귀국 후 열나고 기침을 하자 동네의원, 지방의원, 국내 유수병원을 들락거리면서 수백명과 접촉해 20여명의 감염자가 생겼다. 이번에는 그런 비극은 막아야 한다. 3, 4번째 환자가 이미 수십명을 접촉한 만큼 지역사회감염도 배제할 수 없어 안타깝다. 강조하지만 ‘기회의 창’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 우한에서 전세기를 이용해 교민 약 700명이 귀국하는데. 이들의 귀국 후 관리는.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므로 당연히 모셔와야 한다. 그러나 그중에는 환자가 있을 수 있고 잠복기라 아직 증상이 일어나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공항 검역소에 제대로 검진해서 분류해야 한다. 증상자를 국가지정 격리병동으로 이송하는 것은 당연하다. 무증상보균자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감염환자도 아니고 무증상보균자도 아닌 건강한 사람도 2주쯤 격리해야 할지 여부다. 당국이 판단할 사안이다. 쉽지가 않다. 국민건강 우선이라는 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 확인되지 않는 ‘우한괴담’도 돌아 국민의 공포감이 더하다.

“2015년 메르스 때도 괴담과 루머가 번지고 서로 손가락질해서 힘들었다. 괴담은 방역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공포와 불안감을 전파시킨다. 이번에도 “사망자가 나왔다”, “바라보기만 해도 걸린다”는 루머가 돈다고 들었다. 그걸 없애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확한 정보공개가 중요하다. 전문가로서 언론 인터뷰에 적극 응하는 이유다. 정부와 관계자, 전문가들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세계일보

기침 할 때 이렇게…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예방하기 위해 기침을 할 때 휴지나 옷소매로 입을 가리고,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기본적인 예방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뉴스1


― 정부의 초기 대응은 잘하고 있나. 전문가로서 제안이 있다면.

“현재까지는 잘 해오고 있다. 지역사회 감염자는 없으니, 하지만 3, 4번째 환자에서 틈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감염병 ‘위기’경보를 ‘경계’로 상향했다. 지역사회 환자가 발생하고 나면 상향조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늦는 것보다 낫다.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필요하다. 경계단계를 넘어오면 어떤 실효적 조치가 나와야 하는데, 정부 발표를 보니 방역인력 확충, 시군구 지자체 보건소 선별진료소 운영, 국립중앙의료원의 치료전문병원 지정이 핵심이다. 전문가 입장에서 더 중요한 문제를 생각해 봤다. 대응을 위해선 거버넌스가 잘 구성돼야 한다. 정부와 민간전문가단체, 언론이 잘 협조해야 한다. 매뉴얼도 있어야 한다. 사례 정의나 지침을 말한다. 이런 일이 터지고 보면 지침이 있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현장에서 적용할 때 갈등이 생길 수가 있다. 이때의 대처가 중요하다. 환자가 증상을 알려왔는데, 열은 있는데 기침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신고한 사람은 걱정이 큰 데 이런 경우 지침은 없다. 난처해진다.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 지침이 현실을 반영할 수 없을 때 일선에선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일이 터지면 민간병원은 정상적인 병원 기능을 하면서 환자들을 봐야 한다. 지금은 괜찮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과부하로 집중력 문제 등이 생긴다. 초기 과감한 예산배정 등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다른 질환 환자들에게 전파하지 않도록 시설, 장비, 비용 등을 과감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 초기 대응에 실패한 메르스 사태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력에 대한 견해가 분분한데.

“중요한 것은 지금은 유행 초기이기 때문에 전파력에 관한 부분은 유동적이다. 섣불리 판단하긴 이르지만 현재는 사스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다. 전파력은 환자의 숫자 등 자료로 분석된다. 세계보건기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두고 메르스와 사스의 중간이라 발표했다는데 근거를 알 수가 없다. 신뢰가 가지 않는다. 중국의 자료는 완전하지 않다. 특히 사스와 전파력을 비교하기는 불가능하다. 사스가 발병한 것은 17년 전이다. 그때와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구이동, 항공여행 등이 훨씬 많아졌다. 특히 항공여행객을 통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수 있다. 전염성은 상상 이상이다. 비상한 각오로 대응해야 한다.”

― 예방법을 설명한다면.

“손씻기를 철저히 하고 기침 에티켓을 지킬 것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나 호흡기 감염환자가 있을 것 같은 곳에서는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과로는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무리하지 않고 항상 건강한 신체상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본인이 증상을 느끼면 1339에 신고해야 한다. 주변에도 증상자를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신고를 권유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선 항상 성숙한 시민의식이 중요하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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