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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악수중단·세정제, 중국 관광객 취소…우한 폐렴 확산 방지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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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특수에 '악수 거절'

중국행 노선 폐쇄 검토 중

과도한 공포 조성은 우려

외출 후 손씻기 매우 중요



악수 대신 눈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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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대학 중난병원의 집중치료실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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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간의 설 연휴가 끝나고 처음 출근하는 28일 오전 대구시청. 설 안부 인사를 하는 직원들 가운데 악수를 거절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악수 대신 눈인사로 안부를 대신했다. "(우한 폐렴이 돌고 있는) 시국이 시국인 만큼. 서로의 안전을 위해서"라면서다.

전국이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에 힘을 쓰고 있다. 과거 사스·메르스 같은 감염증 확산을 떠올리면서다. 정부가 발표한 확진 환자는 28일 오전 현재 4명이지만, 확진 환자와 만난 접촉자(167명)는 대구 3명, 경북 8명 등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다.



1대1 모니터링, "중국인 관광객 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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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가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27일 서울 중구 명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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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은 '원천 봉쇄'를 주요 대책으로 세운 상태다. 11명의 우한 폐렴 능동 감시 대상자가 있는 경남도는 대상자별 1대1 전담공무원을 정해 모니터링 중이다. 대상자의 이동 경로와 몸 상태를 매일 체크하는 방식으로 만일의 사태를 원천 봉쇄 중이다.

대구시는 아예 중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대구공항 승객을 상대로 입국자 발열 감시와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받고 있다. 처음부터 감염증 유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곳이다. 지난해 15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100만 이상이 중국인이었다. 관광 특수인 중국 춘절(1월 24~30일)까지 겹쳐 있다. 이에 제주도는 제주검역소, 공‧항만에 발열 장비를 대거 투입하는 등 24시간 우한 폐렴 감시체계를 구축했다. 정인보 제주도 보건건강위생과장 “열이 많은 의심 환자는 무조건 격리 후 진단 검사를 시행한다. 감염증의 제주도 유입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선조치다"고 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울산은 5명의 접촉자가 있는데, 엄격한 자가 격리를 통해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인 관광객을 오지 말라고 한 곳도 있다. 충남도는 다음 달까지 예정된 충국 관광객 3000여 명의 방문을 취소했다. 중국 단체 관광객을 어렵게 유치했지만, 우한 폐렴 확산을 우려해 취소한 것이다. 2020년을 '관광의 해'로 정한 대구시도 단체로 방문 예정이던 중국 관광객들의 방문 취소를 통보했다.

전북도는 지난달 22일부터 중국에서 연수 중이던 지역 초등학생 40명과 중학생 15명을 전원 긴급 귀국 조치했다. 충북교육청과 대구시교육청은 우한시를 방문한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등교를 중지하도록 통보했다.



방역 매트와 손 세정제, 체온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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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우한폐렴(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 발생한 중국 우한시의 적십자사 병원에서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를 긴급히 이송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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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와 메르스 때 보였던 손 세정제와 방역 매트, 체온계가 다시 등장했다. 한국철도는 매일 1회 이상 역사 소독 대책을 마련했다. 또 역 맞이 방과 매표창구에 손 세정제를 비치하고 출입구엔 방역 매트 설치를 완료했다. 개방 운영 중이던 매표창구를 폐쇄형으로 전환해 감염 위험을 최소화했다. 역무실, 열차 등 접객 공간엔 의심 환자가 발생할 때 사용할 체온계도 마련했다.

대구지하철 역사와 주요 백화점에도 손 세정제가 비치됐다. 영남대병원은 내부 지침을 세워 홈페이지에 띄웠다. 14일 이내 중국을 찾았거나, 발열이나 기침 등 우한 폐렴 의심 증상이 있는 환자는 병원으로 바로 들어오지 말고, 외부에서 의료진에 먼저 전화를 걸어달라는 공지다.

중국 여행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 오는 2월 15일부터 4박 6일간 중국으로 친구 부부 등 7명과 함께 골프 여행을 가려던 김모(55·창원 거주) 씨는 "친구들과 의논 끝에 중국여행을 취소하고 국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으로 향하는 부산발 6개 노선, 인천발 3개 노선을 가진 에어부산엔 여행사를 통한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우한 폐렴 사태가 더 심각해지면 중국 노선 폐쇄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행사 취소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29일부터 진행키로 한 구청별 예산설명회를 중단했다. 우한 폐렴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서울시는 서울 25개 구청을 돌며 주민들에게 예산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청주시는 중국 우한시와 올해 자매결연 20주년을 맞아 추진하던 각종 기념행사 논의를 중단했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단도 28일로 예정된 제주 연찬회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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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중국 총리가 27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를 방문했다. 마스크와 방호복을 착용한 리 총리는 환자들이 입원한 병원 상황을 점검하고 영상장비를 통해 환자들을 위문했다. [사진 중국 정부망,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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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는 특수다. 대구시 달서구에서 공구 상점을 운영하는 송욱재(35)씨는 28일 출근하자마자 창고에 있던 마스크를 전부 꺼냈다. 미세먼지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대량으로 사뒀던 KF94 마스크가 아직 4000장 정도 남아있다는 것이 생각나서다. 송씨는 "인터넷이건 대형마트건 마스크를 구하려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어 졸지에 '폐렴 특수'를 맞게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졌다"고 말했다.

중국행 마스크도 등장했다. 택배 일을 하는 박종엽(38)씨는 지난 26일 배송 물량을 확인하다 깜짝 놀랐다. 한 중국인이 마스크 4000개를 주문하는 바람에 1톤 트럭 한 대를 마스크 박스로만 채워야 했다. 배송을 마치고 돌아온 박씨는 또 다른 중국인이 주문한 마스크 2000개를 또 배송해야 했다. 박씨는 “주문한 중국인에게 물어보니 중국에 마스크가 동이 나 중국인 친구들이 마스크 구매를 부탁해 대량 구매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공포감 조성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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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덕양구 명지병원에서 보호복을 착용한 의료진들이 '우한 폐렴' 국내 세번째 확진자가 치료받는 병실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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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손씻기를 강조했다. 류성열 동산의료원 감염관리센터장은 "바이러스는 기침이나 콧물 등으로 전파된다. 직접 흡입하거나 접촉할 때 감염된다. 사람 많은 곳에 최대한 외출을 삼가는 게 좋고 부득이 나가야 한다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흐르는 물에 손을 30초 이상 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무엇보다 중국 우한 등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는 지역으로는 여행을 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주요 감염원인 가금류가 많은 재래시장을 찾는 것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용한 대구의사회 공보이사는 "적극적이고 속도감 있는 확산 방지 대책은 필요하나, 인터넷의 허위사실을 유포해 과도한 공포감이 조성되는 건 옳지 않다. 과거 사스와 메르스를 겪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방역 체계가 그리 허술하지 않으니 개인별 위생관리를 철저하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대구·부산·대전·제주=김윤호·김정석·김준희·이은지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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