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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B]"결혼 없이 낳는 게 왜 문제죠?" 미혼모 단체 대표 최형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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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소수 더 나은 비주류 세상

"미혼모, 우리 모두의 문제"

34살에 임신 후 혼자 아이 낳아

7살 때까지 친정 식구 못 만나기도

2인 최저 생계비 받아야 지원 혜택

오히려 자립 막아…지원 제한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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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숙씨가 미혼모 커뮤니티센터 '늘봄' 개관식 날 발언을 하는 모습 (제공=인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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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출발부터 평등하지 않아요. 임신하면 복대 둘러야 하고 사람들 시선이 무서워서 다 버리고 이사 가야 하죠. '아비 없는 자식을 어떻게 키워?', '학생이 왜 아이를 낳아?' 그렇게 쉽게들 말하는데 결혼 안 하고 애 낳을 수 있고 임신도 할 수 있는 거죠. 미혼모는 그냥 우리 모두의 문제예요. 특정 집단,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요. 어느 날 갑자기 내 동생이, 내 주위에 있는 사람이 미혼모나 미혼부가 될 수 있어요."


똑 떨어지는 단발머리와 동그란 안경테가 잘 어울리는 최형숙(50)씨는 미혼모 단체 '인트리' 대표이자 중학교 3학년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다. 처음 보는 사람의 마음도 열게 할 웃음기 가득한 얼굴은 그가 겪어 온 고난들이 오히려 행복이 됐음을 증명해보였다. 서울 종로구 권농동에 있는 미혼모 커뮤니티센터 늘봄에서 최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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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34살에 늦게 임신을 했는데 아이를 낳기 위해서 시설에 들어갔어요. 누구도 제가 출산하는 것에 대해 찬성 해주지 않았거든요."


2005년 아들 준서를 홀로 낳았던 최씨. 늦둥이 막내딸로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던 그는 임신과 동시에 기존의 삶과는 작별해야 했다. 그는 "주위에 분명 애 아빠랑 연애 하는 것도 보고 했던 사람들이 왜 헤어진 사람의 아이를 낳냐고, 그 남자는 무슨 죄냐고 할 때 억장이 무너졌다"며 "내 인생이 완전히 바뀌는 건데 그들은 낙태는 언제 할 거냐고 묻기만 했다"고 말했다.


시설에 가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임신 중 친했던 회사 후배들이 또 낙태 얘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화가 난 최씨는 홧김에 유리컵을 후배에게 던져 버렸다. "다행히 후배가 맞지는 않았지만(웃음) 내가 이러다 죽겠구나 싶어서 가방 하나 딸랑 들고 시설에 갔어요. 당연히 집에다 말은 못 했죠." 최씨는 아이가 7살이 될 때까지 친정 식구를 만나지 못 했다.


최씨는 준서를 입양기관에 아이를 보냈다 다시 찾아오기도 했다. 그는 "정말 자신이 없었다"며 "나보다 아이를 잘 키워줄 부모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미혼모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는 운영하던 미용실 문도 닫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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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들과 함께 찍은 사진 (제공=인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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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미혼모가 낳은 아이든, 누가 낳은 아이든 이제는 정부가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미혼모를 인정하고 수용한다기보다는 지원해야 하는 집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주거 혜택 등을 받을 요건을 맞추려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여야 하는데 그러면 또 진정한 자립이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미혼부모 지원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2인 가구 최저 생계비 이하로 벌어야 한다.


최씨는 본인과 같은 처지의 미혼부모들을 돕고 있는데, 특히 청소년 미혼모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아이를 낳은 후에도 대학 입시에 합격하고 밝아진 엄마들을 보면 힘이 난다고도 했다. "어떤 대학생 엄마가 삼각김밥만 먹고 학교에 다닌다고 말할 때 너무 가슴이 아팠다. 자기 밥값 아끼면 아기 하루치 우유를 더 살 수 있어서라고 하는데…." 그의 말끝이 흔들렸다.


미혼모들에 대한 지원 확대가 역설적으로 미혼 출산 조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자 최씨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는 "애 낳아서 키워보면 얼마나 힘든데 그런 말을 하냐"며 "돈 더 준다고 아기를 낳는 게 아니라는 걸 이제 세상 사람들이 다 안다"고 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미혼모 지원 정책들도 출생률 저하 때문이라는 사실이 참 이중적이라고 최씨는 곱씹었다.


청소년 미혼모, 공부하는 모습 애틋하고 대견
출생률 저하로 미혼모 정책 늘어나 이중적
사춘기 겪은 아들 힘들었지만 잘 크고 있어
준서 새아빠와 세 식구 함께 한 집에서


최씨의 이름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인물 정보에 '영화배우'로 뜬다. 가족엔 아들 '최준서'가 함께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미쓰 마마'에 아들과 출연했던 이력 때문이다. 2012년 만들어진 이 영화는 미혼모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영화를 찍어서 아들 친구들도 제가 미혼모라는 사실을 다 안다"면서 "아들이 사춘기를 겪으면서 힘든 시절도 있었는데 잘 자라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와 준서에게는 6년 전 새로운 남편, 아빠가 생겼다. 준서가 10살 무렵 최씨의 남자친구가 결혼을 약속했고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다. 한 집에 살고 있지만 혼인 신고는 하지 않아 최씨는 여전히 미혼이다. 그는 "보통은 결혼하고 임신하고 아이 낳는데 저는 혼자 아이 낳고 10살짜리 아이와 10살 연하 남자와 결혼을 했다"며 "결혼하면 달라질까 했는데 함께 의논할 사람이 한 명 더 생긴 것 말고 별 게 없더라"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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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준서(당시 7살)와 최씨가 함께 출연했던 영화 '미쓰 마마'의 예고편 한 장면 (출처=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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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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