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7 (화)

'군인들 떠나고 겨울축제 축소'까지 강원도 접경지 주민 "설 명절 이중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방개혁 2.0으로 자치단체 1곳 줄어드는 셈

따뜻한 기온으로 겨울축제도 차질

강원CBS 진유정 기자

노컷뉴스

지난 22일 강원도 화천시장에서 주민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장을 보고 있다.(사진=진유정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군인들 떠난지가 언젠데요. 설 대목이고 뭐고 이젠 그냥 동네 장사로 겨우 겨우 사는거예요"

지난 22일 설을 사흘 앞둔 강원도 화천의 시장 분위기는 싸늘했다. 시장 입구엔 선물용 사과와 배 상자가 포장된 채 높게 쌓여 있었고 각종 부침개, 채소들도 가득 진열돼 있었다.

하지만 설 대목을 앞두고 북적여야할 시장은 스산한 느낌마저 들었다. 선물용 과일을 사려고 오는 손님들 간혹 서너명 정도가 전부였다.

국방개혁 2.0 계획에 따른 병력 감축으로 화천군이 크게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설 명절이 다가왔지만 주민들은 설렘은 커녕 설 대목을 기대하고 들여온 물건들이 팔리지 않을까 더 걱정이었다.

50년전 화천으로 시집와 식당을 차렸다는 김모(72) 할머니의 이날 점심 손님은 2명이 전부였다.

김 할머니는 "10년전만 해도 설거지와 서빙하는 젊은 직원까지 뒀는데 얼마전부터는 저녁장사는 아예 접었다. 설 이면 시장통 사람들이 너무 바뻐 점심도 거를 정도로 손님이 많았는데 이젠 발길이 뚝 끊겼다. 모두 춘천, 서울로 다 떠난다"고 말했다.

옆에서 도라지 손질을 하고 있던 박모 할머니도 "시장에서 애들 낳아 시집장가 보냈으니 아쉽지도 더이상 바랄 것도 없지만 장사가 되야 신이 나고 좋은데 물건 사는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 전했다.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강원도 철원도 사정은 마찬가지.

수년전 설 명절에 숙박업체는 외박 나온 군인들과 가족들로 만원이었는데 최근에는 하루 3만원짜리 방도 비어있는 상태다.

민박업을 하고 있는 최모(68)씨는 "올 겨울은 보일러 값 내는 것도 벅찼다. 설이나 추석에 군인들이 외지로 나가지 못해 가족들이 군부대 인근에서 하루 이틀 숙박하며 아들을 만났는데 이제는 외지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저기 폐업에 들어간 식당과 숙박업체가 남일이 아니다. 곧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데 모텔 건물도 거래가 안돼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고 전했다.

강원도에 따르면 양구를 시작으로 철원, 화천, 인제, 고성 등 강원지역 접경지 5곳에서 줄어드는 병사 수만 2만 5000명에 달한다.

양구나 화천지역 인구와 비슷한 규모로 강원지역에서는 자치단체 하나가 없어지는 셈이어서 그만큼 충격이 크다.

설상가상으로 접경지 경제에 도움을 준 겨울 축제도 따뜻한 날씨와 겨울비 때문에 연기되면서 주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언 강 위를 걷는 축제로 유명한 강원도 철원 한탄강 얼음 트레킹은 계획보다 일주일 미뤄져 지난 18일에나 열렸고 화천 산천어축제도 2번의 연기 끝에 오는 27일 개막한다.

인제 빙어 축제는 지난해보다 얼음빙판 면적을 대폭 줄여 행사를 진행하는 등 올 겨울 강원도 접경지는 날씨와도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