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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왜?] 촉법소년 하향 효과? 이수정 교수·천종호 판사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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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처벌 연령 하향조정시 중등교육마저 포기 가능성

학폭전담 경찰 확대로 학폭 조기 개입이 효과적

[이데일리 박한나 기자] 일상에서 벌어지는 의문을 [왜?] 코너를 통해 풀어봅니다.

얼마 전 구리에서 초등학생이 흉기를 휘둘러 친구를 숨지게 한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사건의 내용만큼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우려를 샀다. 앞서 수원에서 2006년생으로 추정되는 학생들이 집단으로 한 학생을 때린 사건과 성남 어린이집에서 5세 또래 간 성폭행 의혹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소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형사상 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이다. 이들은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고 구치소가 아닌 소년심사분류원으로 송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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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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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등 범죄에 가담하는 아이들의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에 따라 이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범죄 가해자의 연령을 참작하지 말아야 한다는 ‘소년법 폐지’ 주장도 힘이 실렸다. 이런 분위기에서 지난 15일 교육부는 촉법소년 연령을 만 13세 미만으로 하향 조정토록 관련법을 개정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발의된 소년법 개정안 다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미성년자 강력범죄가 논란이 되면서 처벌 수준과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실효성 논란도 있는 만큼 사회적 논의가 계속될 전망이다.

‘잘못을 했으면 나이를 불문하고 죗값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정당성이 있지만 처벌의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에 우려스럽다는 반론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특히 미성년자 범죄 행태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본 전문가들이 법 개정에 고개를 젓는 이유는 뭘까?

◇천종호 판사 “괴물 낙인 대신 기회를 줘야”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소년부 재판을 전담해 온 천종호 판사는 ‘엄한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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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가해 아이들을 꾸짖는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천종호 판사는‘호통 판사’로 불린다. (사진=SBS스페셜 ‘학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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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천 판사는 “촉법소년의 기준 연령을 지금보다 낮추거나 소년법을 폐지한다고 해서 범죄예방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편견과 달리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 다수는 나이가 들수록 자기 죄를 뉘우치는데 범죄자로 낙인찍히면 교화와 재사회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 문제의 근원인 가정과 학교가 책임의식을 갖고, 현행 소년원 보호처분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해당 인터뷰에서 천 판사는 “이들이 범죄에 이르게 된 동기를 살펴보면 하나같이 가정과 학교의 책임 방기 탓”이라며 “아이에게 ‘괴물’이라는 낙인이 아닌 기회를 주면 대부분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교수 “재범률 높이는 환경이 문제”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역시, 처벌 대상을 넓히거나 소년법을 폐지하는 방향에 찬성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지난 1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소년범죄의 재범률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의 가정과 학교 환경이 개선되지 않기 때문에 한 번 비행을 저지르고 나면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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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범죄 심리학 1세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사진=tvN ‘어쩌다 어른’)


이에 대한 대책으로 촉법소년 연령 하향의 실효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계심을 높이는 영향은 있지만 실질적으로 한 살을 낮춰봐야 적용대상이 되는 인원은 1년에 많아야 몇 백명”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연령대가 만 13세(중학교 1학년) 미만으로 조정되면서 의무교육인 중학교조차 중퇴하는 아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2학년까지 다닌 아이들은 시설에 수용돼 결석이 발생해도 학교에서 어떻게든 졸업을 시키자는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중학교 1학년에 그렇게 되면 학교에서 포기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학교폭력 전담 경찰관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그는 “학교폭력의 제일 큰 문제는 초기에 개입을 못해 피해가 누적된 후에야 뒤늦게 발견하는 것”이라며 “학교폭력 전담 경찰관을 좀 더 많이 뽑아 폭력이 진전되기 전 초기에 개입해야 가해자도, 피해자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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