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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주둔 이라크서 ‘미군 떠나라’ 대규모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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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내 긴장 고조시킨 미군에 반감 ‘급상승’

다보스 참석 트럼프, ‘우리도 이라크 남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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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의회 최대 의석을 이끌고 있는 정치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를 추종하는 시민들이 24일 수도 바그다드에서 미군 철수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바그다드=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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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미국이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역내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지 3주만이다. 이라크 주둔 미군의 감축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4일 현지 언론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바그다드에서는 이날 이슬람 금요 대예배를 마친 시민 수십만명이 도심에 모였다.

이들은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 ‘점령자는 떠나라’와 같은 반미 구호를 외치면서 미군의 이라크 철수를 주장했다. 시위대는 미국 대사관이 있는 그린존 진출도 시도했다.

‘100만의 행진’으로 이름이 붙여진 이날 반미 시위는 알사이룬 정파의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제안해 이뤄졌다. 이라크 의회에서 최다 의석을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알사드르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뒤 반미 무장투쟁을 이끈 강경 시아파 성직자로, 한때 친이란 성향으로 분류되기도 했으나 미국과 이란의 개입을 모두 반대하는 반외세ㆍ민족주의적 인물로 평가된다.

이날 시위에는 알사드르를 지지하는 세력과 미국에 반대하는 친이란 진영이 규합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분석했다. 이들은 이란과의 관계에 대한 관점에서는 차이를 보이는 등 이라크 정계서는 경쟁 관계지만 강한 반미 성향, 그리고 시아파라는 종파적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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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이라크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묘사한 다양한 시위 도구를 내세워 미군의 이라크 주둔과 주권 침해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바그다드=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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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사드르는 24일 낸 성명에서 “이라크 정부는 미국과 맺은 안보협정을 취소하고 미군 기지를 폐쇄해야 한다”며 “미군뿐 아니라 미국의 민간 경호회사도 영업을 중단하고 이라크 영공에 대한 미군의 접근도 차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미군이 이라크 영토를 모두 떠날 때까지 저항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라크에서 가장 존경 받는 시아파 최고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알시스타니는 이날 낸 설교문에서 “정치권 지도자들은 새 정부를 신속히 구성해야 한다”며 “외국은 이라크의 주권을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알사드르의 사병조직인 평화여단(사라야 알살람)과 시아파 민병대는 이라크 군경과 시위대가 물리적으로 충돌하지 않도록 시위대 주변을 경호했다.

이라크에서는 지난달 29일 미군이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기지를 폭격, 25명이 숨졌다. 그 이틀 뒤에는 이 시아파 민병대가 주도하는 반미 시위가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 앞에서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가 미 대사관에 난입하기도 했다.

이어 미군이 지난 3일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이란 군부 거물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과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의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부사령관을 폭격, 살해했다.

이라크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 이 군사작전을 계기로 이라크에서는 미국이 이라크의 주권을 침해했다는 반미 여론이 높아졌으며, 5일에는 이라크 의회가 미군 등 외국 군대의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이라크 정부는 미국 정부에 이를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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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포스 포럼에 참석한 바흐람 살리 이라크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다보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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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AFP통신은 22일 스위스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바흐람 살리 이라크 대통령을 만나 “이라크에 잔류하기 싫다. 전례 없는 방식으로 이라크 주둔 미군을 감축하겠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에는 현재 이슬람국가(IS) 소탕작전을 명분으로 5,200여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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