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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귀성·귀경으로 북적’ 역·터미널…“올해 설에도 자식 취업이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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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층, 자녀·친지 취업부터 걱정…취업난 심각해지는 현실 반영

서울역, 장애인 시위로 어수선…자녀 보러 온 역귀성객 많이 보여

‘인터넷 구매 착근’ 고속터미널, 가방 배제한 ‘캐리어族’ 눈에 띄어

헤럴드경제

설 연휴 첫날인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한 어린이가 여행용 가방(캐리어) 위에 앉아 가족과 이동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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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박재석 수습기자] 지난 23일과 24일, 설 연휴를 맞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북적거렸다. 많은 승객이 각각 열차와 버스에 몸을 싣고 고향으로 떠나고, 반대로 서울로 들어왔다. 귀성객이 대부분이었지만 가족을 찾아 귀경하거나, 역귀성하는 승객도 있었다. 서울역과 고속터미널에서 만난 승객과 환송객 중 상당수는 자녀와 친지가 취업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청년층의 취업이 심각한 작금의 현실을 보여 주는 듯 했다.

설을 맞아 자녀와 친지의 취업을 걱정하는 기차 승객들은 상당수가 중·노년층이었다. 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를 대부분 꺼려했다. 경북 포항에 아버지와 형에게 인사하러 간다는 한 중년 귀성객은 “귀성길이 기대가 된다”면서도 “가족을 위한 선물은 준비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귀성객은 자신의 가족보다 다른 가족을 먼저 걱정했다. 그는 “(고향에)장성한 어린 사촌이 많은데, 취업 고민을 한다”며 “이번에는 친척들이 모이면 취업 이야기가 주된 화제가 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

대학생 아들과 함께 고향에 간다는 한 아버지도 귀성길을 서둘렀다. 그는 “1년에 한 번 가는 것이어서 설렌다”면서도 아들을 바라보며 “얘가 1년 있으면 졸업하는데, 취업이 걱정”이라고 넌지시 이야기했다.

‘벌이’는 점점 어려워지는데 ‘씀씀이’는 점점 커져만 가는 중년의 걱정을 이야기한 귀성객도 있었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이정헌(55) 씨는 밝고 설렌 목소리로 “아내, 아들 둘과 부산 친가에 부모님을 뵈러 간다”며 “막상 고향을 가니 재충전하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이어 “(고향에)내려가면 (친지랑)총선, 경제 관련 내용이랑 살아가는 이야기를 할 것 같다”면서도 “(애들이)이제 고등학생, 대학생이다. 아이들을 키우는 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지난 23일 서울역 앞은 집회, 시위 등으로 여느 때처럼 시끄러웠다. 특히 최근 장애인에 대한 실언을 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집회가 열렸다. 역 입구에는 중증 장애인의 사회적 공공 일자리 보장을 요구하는 현수막도 보였다. 서울 등 수도권에 사는 자녀를 보기 위해 올라온 노년층이 많이 보인다. 오랜만에 만난 손주를 안고 활짝 웃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고속터미널에서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특이한 모습이 눈에 뛰었다. 우선 과거와 달리 일반 가방 대신 해외여행을 갈 때에나 사용하던 큰 여행용 가방(캐리어)를 갖고 온 사람이 많이 보였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20대 귀성객은 “가방보다 튼튼하고 다루기 쉽고 물건도 많이 들어가 편하다”고 했다.

흔히 터미널의 풍경으로 여겨지던, 차표 구입을 위한 긴 줄도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인터넷으로 표를 구매하기 때문이다. 젊은 층보다 상대적으로 온라인에 어두운 중년층에게도 ‘인터넷 차표 구매’는 일상이 됐다. 고향이 전북 무주라는 황경순(51) 씨는 “요즘에는 표를 무조건 인터넷으로만 산다. 표 구하기가 힘들어 딸이 표 예약을 안해주면 내려갈 수 가 없다”면서도 “티켓을 사러 줄 설 필요 없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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