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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한국 전통인데…" 한복은 왜 외국인만 입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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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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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년 새해 첫 날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관람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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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고 싶긴 한데 이제 쑥스러워서 못 입어요."


어릴 적 설빔으로 한복을 입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당연하게 생각됐던 명절 한복은 사춘기를 거치며 어색해지고 성인이 되어서는 좀처럼 입지 않게 된다.

그러는 사이 설 명절 TV에서는 한복을 입은 외국인들이 능숙한 발음으로 트로트를 열창한다. 서울 시내를 걸어봐도 형형색색의 한복은 외국인들의 차지다. 우리는 언제부터 한복과 멀어졌을까.


4명 중 1명 "명절에 한복 입고 싶어"…현실에선 외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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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귀성객이 승강장에 들어서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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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SK플래닛 조사에 따르면 '한복을 입고 싶을 때'를 묻는 질문에 26.1%(235명)가 '명절'을 꼽았다. 설문 결과가 실제와 같다면 설이나 추석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 4명 중 1명은 한복 차림이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복을 불편하게 여기는 인식이 하루 이틀 얘기는 아니다. 1970년대 한복에 관한 연구자료에서도 활동성의 결여, 갖추어 입기와 옷 손질의 번거로움 등을 한복 착용의 문제로 꼽고 있다.

모두가 입지 않는 분위기다 보니 명절에 한복을 입으려면 용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자칫 '색다른 옷차림'에 온 친척들의 질문 세례가 쏟아질 위험도 있다.

회사원 장모씨(43)는 "아이들 한복을 입히다 보면 함께 입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면서도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불편하고 친척들 시선도 신경 쓰여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인스타 인증 열풍도 반짝, 한복상인 "발길 뚝 끊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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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을 앞둔 지난 21일 오후 대전 동구 중앙시장 한복점에 임대를 구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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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외면에 한복업계는 매년 그 규모가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한복 제조업체 수는 4506개에서 2014년 3054개로 32.2% 감소했다. 종사자 수도 6262명에서 4478명으로 28.5% 줄었다.

2016년 무렵에는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생활한복 인증 등 열풍이 불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소 분위기가 꺾였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한복' 키워드 검색량은 2016년 이후 꾸준히 하락세다.

대전 동구 중앙시장 내 한복거리 상인 김모씨(63)도 "40년 동안 장사하면서 이런 불경기는 처음이다. 작년의 20% 정도밖에 안 된다"며 "중앙시장은 한복과 의류가 주를 이뤘는데 이제는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설 명절 자연스럽게 한복 입으려면…"현대적으로 디자인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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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 정국이 생활한복을 입은 모습.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자연스러운 한복 착용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는 디자인, 대여 시스템 개선 등과 함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팀의 설문에 응한 남녀 300명 중 108명(36%)이 한복의 대중화를 위해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생활한복도 전통한복 형태와는 다르다. 철릭이나 허리 치마 등 한복의 아름다운 요소는 살리되 활동성을 높였다. 종종 생활한복을 착용한다는 대학생 이모씨(22)도 "한복은 불편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막상 요즘에는 편한 디자인이 많다"며 "평소 안 입어보신 분들도 한 번쯤 시도해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전통을 지키되 현대적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한복진흥센터가 가진 좌담에서 권영숙 부산대 명예교수는 "한복을 입어 본 경험조차 없는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더라"며 "어렸을 때부터 한복을 입어볼 수 있도록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점점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지수현 원광디지털대 교수도 "한복을 입는 법 등유튜브를 활용해서 대중들에게 알리면 좋을 것 같다"며 "밀레니얼 세대에 맞는 방식으로 문화를 확장해 나가도록 연구하면서 현대적 접점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canel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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