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새해 첫 날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관람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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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고 싶긴 한데 이제 쑥스러워서 못 입어요."
어릴 적 설빔으로 한복을 입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당연하게 생각됐던 명절 한복은 사춘기를 거치며 어색해지고 성인이 되어서는 좀처럼 입지 않게 된다.
그러는 사이 설 명절 TV에서는 한복을 입은 외국인들이 능숙한 발음으로 트로트를 열창한다. 서울 시내를 걸어봐도 형형색색의 한복은 외국인들의 차지다. 우리는 언제부터 한복과 멀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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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중 1명 "명절에 한복 입고 싶어"…현실에선 외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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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귀성객이 승강장에 들어서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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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SK플래닛 조사에 따르면 '한복을 입고 싶을 때'를 묻는 질문에 26.1%(235명)가 '명절'을 꼽았다. 설문 결과가 실제와 같다면 설이나 추석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 4명 중 1명은 한복 차림이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복을 불편하게 여기는 인식이 하루 이틀 얘기는 아니다. 1970년대 한복에 관한 연구자료에서도 활동성의 결여, 갖추어 입기와 옷 손질의 번거로움 등을 한복 착용의 문제로 꼽고 있다.
모두가 입지 않는 분위기다 보니 명절에 한복을 입으려면 용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자칫 '색다른 옷차림'에 온 친척들의 질문 세례가 쏟아질 위험도 있다.
회사원 장모씨(43)는 "아이들 한복을 입히다 보면 함께 입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면서도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불편하고 친척들 시선도 신경 쓰여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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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인증 열풍도 반짝, 한복상인 "발길 뚝 끊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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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을 앞둔 지난 21일 오후 대전 동구 중앙시장 한복점에 임대를 구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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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외면에 한복업계는 매년 그 규모가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한복 제조업체 수는 4506개에서 2014년 3054개로 32.2% 감소했다. 종사자 수도 6262명에서 4478명으로 28.5% 줄었다.
2016년 무렵에는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생활한복 인증 등 열풍이 불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소 분위기가 꺾였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한복' 키워드 검색량은 2016년 이후 꾸준히 하락세다.
대전 동구 중앙시장 내 한복거리 상인 김모씨(63)도 "40년 동안 장사하면서 이런 불경기는 처음이다. 작년의 20% 정도밖에 안 된다"며 "중앙시장은 한복과 의류가 주를 이뤘는데 이제는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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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자연스럽게 한복 입으려면…"현대적으로 디자인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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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 정국이 생활한복을 입은 모습.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자연스러운 한복 착용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는 디자인, 대여 시스템 개선 등과 함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팀의 설문에 응한 남녀 300명 중 108명(36%)이 한복의 대중화를 위해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생활한복도 전통한복 형태와는 다르다. 철릭이나 허리 치마 등 한복의 아름다운 요소는 살리되 활동성을 높였다. 종종 생활한복을 착용한다는 대학생 이모씨(22)도 "한복은 불편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막상 요즘에는 편한 디자인이 많다"며 "평소 안 입어보신 분들도 한 번쯤 시도해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전통을 지키되 현대적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한복진흥센터가 가진 좌담에서 권영숙 부산대 명예교수는 "한복을 입어 본 경험조차 없는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더라"며 "어렸을 때부터 한복을 입어볼 수 있도록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점점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지수현 원광디지털대 교수도 "한복을 입는 법 등유튜브를 활용해서 대중들에게 알리면 좋을 것 같다"며 "밀레니얼 세대에 맞는 방식으로 문화를 확장해 나가도록 연구하면서 현대적 접점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canel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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