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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배경음악이 트와이스… K컬처와 사랑에 빠진 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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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지니어스' 윌 스미스·톰 홀랜드 주연 애니

짜임새 쫀쫀·깨알 재미 많아… K팝에 한국 드라마까지 등장

감독 "韓 특유의 과장법에 매료" 설연휴 가족 함께 볼 영화로 좋아

유별나게 매력적이고 유별나게 경쾌하다. 22일 개봉한 월트디즈니컴퍼니의 신작 애니메이션 '스파이 지니어스'(감독 닉 브루노, 트로이 콴)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기대한 그 이상을 보여줄 영화다. 올 설 연휴 온 가족이 다 같이 볼 영화를 찾는 이들에겐 최적의 선택이다. 애니메이션이라고 낮춰 봐선 곤란하다. 이야기 짜임새가 쫀쫀한 데다, 깨알 같은 잔재미가 끊임없이 터져 폭탄급 웃음을 선사한다. '알라딘'의 윌 스미스, '스파이더맨'의 톰 홀랜드가 목소리 연기를 했다. 이들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이들과 똑같이 생겨서, 실사 영화보다 더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뜻밖의 즐거움까지 있다.

배경은 가까운 미래. 미국 최고의 첩보 요원 랜스(윌 스미스)가 어느 날 악당 킬리언(벤 멘덜슨)의 함정에 빠져 곤경에 처한다. 킬리언에게 맞서기 위해 랜스는 MIT를 나온 엉뚱한 첩보 과학실 연구원 월터(톰 홀랜드)를 찾아가고, 그가 실험하고 있던 의문의 액체를 마시고는 그만 비둘기가 돼 버린다. 세상에서 가장 영악하고 기술 좋은 첩보 요원이 하루아침에 비둘기가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설정을 '스파이 지니어스'는 마법처럼 그럴듯하게 눈앞에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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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연기자를 정하고 캐릭터를 그린 걸까, 캐릭터를 그리고 캐스팅했을까. ‘스파이 지니어스’ 속 랜스(왼쪽)와 월터(오른쪽)는 연기자 윌 스미스와 톰 홀랜드와 닮아도 너무 닮았다. 랜스가 훗날 변신하는 비둘기(오른쪽 월터 어깨 위)조차 윌 스미스와 똑같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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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대체 말이 되나?'라는 의문을 갖기엔 이야기가 쏜살같이 흘러간다. 게다가 비둘기가 된 이후에도 랜스는 영락없는 윌 스미스다. 화난 듯한 눈썹과 파닥거리는 날갯짓으로 랜스가 세상과 충돌할 때 객석은 뒤집어진다. 신명나는 음악과 매끄러운 편집, 윌 스미스와 톰 홀랜드의 손발이 착착 맞는 (목소리) 연기 호흡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면서 영화는 질주하는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듯한 짜릿한 쾌감으로 인도한다. 애니메이션 속 액션이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어디서 본 듯한 것이 아닌, '스파이 지니어스'만의 현란하고 속도감 있는 액션을 선보인다. 각본을 정말 잘 쓰지 않고선 구현될 수 없는 장면들이다.

영화 곳곳에 녹아든 K컬처(한류)를 확인하는 것도 우리 관객에겐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요소다. 할리우드가 요즘 한국 대중문화에 얼마나 열광하고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배경음악으로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의 노래 'Knock Knock'가 화려하게 깔리는 것이 그 시작. 주인공 월터가 우울할 때면 이어폰을 끼고 보는 드라마가 '서울의 열정'이다. "코끼리 1000마리가 눈앞에 있어도 날 밀어낼 수 없어!" 같은 격정적인 드라마 대사가 한국말로 흘러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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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미국에서 열린 ‘스파이 지니어스’ 시사회에 참석한 톰 홀랜드(왼쪽)와 윌 스미스(오른쪽).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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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브루노·트로이 콴 감독은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한국 드라마를 정말 많이 봤다. 특히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고백할 때 조명이 반짝이고 꽃잎이 흩날리는 한국 드라마 특유의 과장법에 매료됐다"고 했다. '스파이 지니어스'는 이런 K컬처를 가장 세련된 리듬으로 녹여냈다. 트와이스 노래에 맞춰 윌 스미스가 바람처럼 움직이며 악당들과 맞붙을 땐 절로 휘파람이 나오고, 월터가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얻은 긍정 에너지로 세상과 맞서 싸울 땐 박수와 폭소가 함께 터진다.

남다르고 특이한 월터의 모습을 통해 다름은 결코 틀린 것이 아님을 설파하는 디즈니 특유의 메시지도 건강하고 사랑스럽다. 다른 영화에 비해 상영관 수가 적어 예매하기 쉽지 않은 것이 유일한 단점이다. 전체 관람가.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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