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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사설] 정권 관련 수사팀 물갈이, 권력비리 의혹 덮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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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법무부가 23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1·2·3차장을 교체했다. 이들은 조국·송철호·우리들병원 등 정권 연루 의혹 사건을 지휘해 온 간부들이다.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을 지휘한 홍승욱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도 교체됐다. 앞서 이달 8일 검사장급 인사에서 수사 라인의 고위 간부들이 좌천 또는 전보된 바 있다. 이제 중간간부들까지 물갈이됨으로써 정권 관련 수사는 사실상 중단 위기에 몰렸다.

법무부는 "현안 수사팀의 부장검사와 부부장검사는 대부분 유임시켰다"며 기존 수사에 미칠 영향은 작다고 주장했다.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차장검사는 큰 수사가 진행될 때 팀장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피의자를 직접 조사하지는 않지만 수사 진행 상황을 일일이 보고받고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다. 검사장과 대검에 보고·상의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이런 일을 해온 사람들을 중간에 교체하면서 수사에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면 억지다. 민간 기업에서 중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팀장을 바꾸는 것, 고지 전투가 벌어지는데 중대장을 교체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새로 온 사람들이 사건 얼개를 파악하는 데만도 몇 주는 걸릴 것이다. 수사는 타이밍인데 그사이에 김이 빠져버린다. 게다가 이들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지금 수사를 노골적으로 가로막고 있다. 수사 상황을 알지 못하는 신임 차장검사가 직속 상관과 갈등해가며 오직 윤석열 검찰총장만 바라보고 수사에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겠나.

이번 인사로 이 정권이 집념을 보인 검찰 손보기의 최종 과녁이 결국은 권력비리 덮기라는 세간의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검사장 인사는 그렇다 치고 중간간부 인사에서 돌이킬 수 없는 오해를 사지는 말아야 한다는 충고를 청와대와 법무부는 듣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든 상응하는 부담과 책임이 따를 것이다. 기존 수사팀과 새로 임무를 맡게 된 신임 보직자들은 검찰이 권력에 무릎 꿇었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직업적 소명의식을 발휘해주기 바란다. 결국 검사는 수사로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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