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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사설] 천편일률 규제에 300억 잭팟 놓친 서울대 AI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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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수아랩에 투자했다가 규제에 막혀 300억원의 수익을 올릴 기회를 놓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대 기술지주회사는 2013년 설립된 수아랩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창업 초기였던 2015년 1억원을 투자해 15%가량의 지분을 확보했다. 그러나 대학 기술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 20% 이상을 보유해야 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5년 안에 지분을 모두 팔아야 한다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산학협력법)과 시행령을 준수하느라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이 회사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서울대가 예상한 대로 수아랩의 기업 가치는 큰 폭으로 상승했고 지난해 10월 미국 나스닥 상장업체인 코그넥스에 1억9500만달러(약 2300억원)에 매각됐다. 만약 서울대가 이 회사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다면 '300억원 잭팟'을 터뜨릴 수 있었을 텐데 불합리한 규제 탓에 그 기회를 날리게 된 셈이다.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해 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 주식 보유 한도를 20%에서 10%로 낮추고 보유 의무 유예 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건의했다. 대학은 자금력에 한계가 있어 '20% 룰'을 지키기 어려운 데다 대부분 창업 초기에 투자하기 때문에 지분 보유 유예 기간이 최소 10년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수년 전부터 개선을 약속했지만 실질적으로 진전된 것은 없었다. 정부의 개선 노력은 말뿐이고 법 개정을 위해서는 국회가 움직여야 하는데 정치 현안에 밀리면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정부는 어제 규제샌드박스 시행 1년을 평가하며 민간 접수창구 설치와 갈등조정위원회 신설 등 다양한 보완책을 내놓았다. 규제 심사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법령 미비로 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없도록 관련 법령 개정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는데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지는 게 중요하다. 서울대 사례처럼 천편일률 규제로 눈에 뻔히 보이는 투자 수익을 포기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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