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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나는 역사다] ‘위장취업’했던 황제 / 김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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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유럽을 따라 하면 힘센 나라가 된다.” 18~19세기의 근대화 공식이다. 물론 “국영수를 중심으로 예습 복습 철저히” 따위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진짜로 성공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표트르 1세가 그랬다.

시찰단에 섞여 서유럽을 돌아다녔다. 배 만드는 기술을 배우겠다고 신분을 감춘 채 네덜란드 조선소에 노동자로 ‘위장취업'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20년 넘게 전쟁을 치러 당시 군사 강국이던 스웨덴을 꺾었고, 늪지를 밀고 페테르부르크라는 새 도읍을 세웠다. 전쟁도 도시 건설도 수만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강한 지도자' 같은 걸 꿈꾸는 이들이 좋아할 인물. 푸틴 대통령의 롤모델이란 말도 있다.

뜻대로 안 되면 참지 못했다. 성에 안 차면 아들도 닦아세웠다. 태자 알렉세이가 견디다 못해 나라 밖으로 달아나자, 사면해주겠다는 거짓말로 불러들여 반역죄를 씌웠다. 아들은 모진 고문을 당하고 감옥에서 숨졌다.

그의 정책 대부분이 오래가지 못했지만, 농노제는 19세기 후반, 관등제는 20세기 초까지 유지되었다. 1722년 1월24일은 표트르가 귀족 세력을 누르기 위해 관등제로 군인과 공무원의 등급을 매긴 날이다. 옛날 러시아 소설에서 자주 보는 ‘7등관'이니 ‘9등관'이니 하는 말의 유래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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