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합의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중근(79) 부영 회장에 대해 1심보다 감형된 징역 2년6월형을 선고했다.
이 회장의 판결이 주목을 받는 건 재판부가 '준법감시실 설치'를 유리한 양형 사유로 언급하면서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기업집단 회장으로서 자신의 갖는 절대적인 지위를 이용해 임직원들과 공모해 계열회사 자금 518억원을 다양한 방법으로 횡령했다"고 지적하면서도 "부영그룹이 이 사건 범행과 같이 경영진이 사적 이익을 위해 횡령 범행을 저지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18년 준법감시실을 신설하고 준법감시를 위해 노력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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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인 정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25일 열린 이 부회장과 전 삼성그룹 임원들의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서 "삼성에서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인 준법감시제도가 작동됐다면 피고인 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개명 최서원) 씨도 이 사건 범죄를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삼성 내부에 실효적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를 비롯해 정치권과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재판부가 노골적으로 실형을 면할 수 있는 작량감경의 명분을 달라고 주문한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사실상 집행유예를 유지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재경지법의 한 법관도 "결론을 어느 쪽으로 내리든 법관으로서는 그 결과에 오해를 살 수 있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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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판부가 이날 부영그룹의 항소심에서 직접적으로 '준법 경영'을 유리한 양형사유로 언급한 이상, 이 부회장의 형량에도 삼성의 준법감시위 출범이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판결을 내릴 때 주요 양형 요소 중 하나가 '반성의 정도'인데, 삼성이 준법감시위 출범으로 잘못된 관행을 폐기하겠다고 밝힌 만큼 재판부도 상당 부분 이를 긍정적으로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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