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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마힌드라가 책임지는 게 먼저”…금융당국, 쌍용차 지원에 선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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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0억 추가 지원 여부 관심

고엔카 사장, 정부·산은에 자금 요청

금융당국 “쌍용차 지엠과 다르다

쌍용차에는 채권은행에 그쳐

마힌드라는 인수 때 투자 약속”

이목희 부위원장도 “자구노력 중요”


한겨레

지난 16일 쌍용자동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의 방한 이후 정부와 주채권은행 케이디비(KDB)산업은행의 움직임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마힌드라 쪽은 산은의 지원을 전제로 쌍용차에 2300억원 직접투자 약속을 한 반면, 금융당국은 “대주주가 책임지는 자세부터 보여야 다음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며 ‘선지원’에 선을 긋고 나섰다.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에 필요한 금액인 ‘추가 2700억원’ 지원 여부를 둘러싸고 양쪽의 팽팽한 협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21일 업계와 산은 설명 등을 종합하면, 지난 16~17일 방한한 고엔카 사장은 이동걸 산은 회장과 이목희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등을 차례로 만나 오는 2022년까지 쌍용차를 흑자로 전환시키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지원을 요청했다. 구체적인 금액까지 언급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고엔카 사장이 직원 간담회에서 흑자 전환을 위해선 3년간 5천억원이 필요하다면서도 직접투자를 약속한 금액은 2300억원에 그쳐, 결국 남은 2700억원은 산은 등 채권은행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마힌드라 쪽이 총선을 앞두고 일자리를 지렛대로 삼아 정부와 국책은행을 압박해 지원을 끌어내려 한다고 보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한국 철수를 압박해 산은으로부터 7억5천만달러(약 8043억원) 지원을 받아낸 지엠의 전략을 ‘벤치마킹’ 하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산은은 “쌍용차는 지엠과 다르다”며 급할 것 없다는 태도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쌍용차가 한국지엠(GM)처럼 공장을 뺀다거나 부실이 터진 상황이 아닌데 성급하게 자금 지원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쌍용차와 산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산은은 지엠의 ‘2대 주주’였지만, 쌍용차에는 채권은행에 불과해 “발을 적게 담그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그는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인수할 때 했던 약속이 있지 않느냐”며 대주주의 책임 있는 투자가 ‘애초의 약속’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고엔카 사장과의 면담을 마친 뒤 산은도 “쌍용차가 충분하고도 합당한 수준의 실현 가능한 경영계획을 통해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동참과 협조하에 조속히 정상화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 현 경영계획이 충분하지는 않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도 고엔카 사장과의 면담이 끝난 뒤 17일 <한겨레>에 “쌍용차의 중장기 비전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미래차와 신차 등 노사가 자구노력으로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정이 부담을 느낄 만한 일자리 관점에서도 대주주와 노사 차원의 노력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당장은 쌍용차가 올해 7월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금 900억원부터 연장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가 산은에서 빌린 돈은 약 1900억원으로, 이 가운데 900억원이 7월 만기분이다. 산은은 지난해 12월 만기에 이른 쌍용차 운영자금 대출 200억원만 연장해준 바 있다. 쌍용차는 11분기 연속 적자로, 지난해 1~3분기 누적 손실은 1821억원에 이른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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