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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비즈톡톡] '혁신' 통한 수요 창출보다 '날씨' 바라보는 에어컨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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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 15일과 16일 2020년형 에어컨을 각각 공개했습니다. 양사는 매년 1월 신형 에어컨을 공개하며 ‘한겨울 냉방 대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여름 성수기가 오기 전 미리 예약을 받아 설치 기간을 분산하기 위함입니다.

올해 양사 에어컨은 ‘위생 관리 개선’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삼성전자는 2020년형 무풍에어컨에 위생 관리를 돕는 기능 3가지를 담았습니다. 에어컨 스스로 내부 습기를 자동건조하고, 오염이 의심되면 열교환기를 자동 세척합니다. 전면 패널 분리도 쉽게 해 청소도 쉽게 하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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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형 삼성 무풍에어컨. 지난해 선보인 ‘갤러리 디자인’이 적용됐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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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2020년형 ‘휘센 씽큐’ 에어컨에 4단계 청정관리를 도입했습니다. 필터·송풍팬·열교환기 등 주요 부품을 에어컨 스스로 관리하는 기능입니다. 지난해 프리미엄 제품인 ‘LG 시그니처 에어컨’에 적용했던 필터 클린봇을 일반 에어컨에 추가했습니다. 양사는 또 인공지능(AI) 기능을 강화해 냉방 효율을 높이고, 음성인식을 강화했습니다. 냉방 효율도 2019년형 제품보다 10%가량 개선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발표에는 수많은 ‘개선점’들이 담겼지만, ‘특이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2019년형 에어컨과 결정적 차이점이 없다는 뜻입니다.

국내 에어컨 시장은 2015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매년 여름 계속된 폭염 덕입니다. 가전업계는 2015년 150만대 가량이던 국내 에어컨 판매량이 2016년 220만대, 2017년 250만대를 기록했다고 추산합니다.

이 기간 삼성전자·LG전자는 치열한 기술 대결을 벌였습니다. 삼성전자는 2016년 ‘무풍에어컨’을 처음 선보였습니다. 에어컨의 미세한 구멍에서 냉기를 뿜어내, 사용자가 직풍(直風)을 쐬지 않아도 냉방이 가능한 기술입니다. 2018년엔 빅스비 AI를 확대 도입했습니다. 음성으로 에어컨을 제어할 수 있고, 사용자 상태를 에어컨 스스로 파악해 냉방 효율을 개선합니다. 2019년엔 전면에 냉방팬을 없애, 에어컨을 가구처럼 만든 ‘갤러리 디자인’을 도입했습니다.

LG전자 또한 2016년 스탠드 에어컨 전 제품에 듀얼 인버터 컴프레서(압축기)를 적용했습니다. 냉방 단계에 따라 전력 소모를 능동적으로 조절해 전기료를 아낄 수 있는 기술입니다. LG전자 관계자는 "20년전 제품과 비교하면 더 좋은 냉방 성능에 전기료는 절반 수준"이라고 자신합니다. 2018년에는 에어컨에 AI를 본격 도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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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LG전자가 공개한 2020년형 휘센 씽큐 에어컨. /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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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 신제품에선 이런 ‘혁신’보다는 ‘개선'에 집중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때문에 기술 혁신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보다는 날씨 의존도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국내 에어컨 판매량은 2017년 250만대를 기록한 후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업계는 올해 에어컨 판매량을 200만~250만대 사이로 추산합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판매량이 작년과 비슷하거나 줄어들 수 있다"며 "여름에 폭염이 오면 수요가 늘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바꿔말하면, 날씨가 더워야만 판매량을 늘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무더위는 에어컨 구매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그러나 절대적인 변수는 아닙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평균 기온은 13.5도로 관측을 시작한 후 두번째로 높았고, 연평균 최고기온은 19.1도로 관측 이래 가장 높았습니다. 하지만 에어컨 판매량은 감소세였습니다. 날씨만이 에어컨 판매량을 결정하진 않는다는 방증입니다.

에어컨 판매량이 200만대 이상으로 도약한 데는 교체수요 지분이 컸습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국내 에어컨 보급률은 2012년 74%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에어컨 판매량이 정점을 향해가던 2016년 보급률은 80%입니다. 신규 구매가 발생했다기보단, 이미 성숙한 시장에서 재구매가 이뤄졌다는 분석이 따릅니다.

전력효율 개선·인공지능 도입 같은 혁신이 교체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순간 혁신보다는 폭염을 기대하는 에어컨 업계의 모습입니다. 물론 에어컨 기술이 성숙해 과거와 같은 큰 혁신을 기대하기 힘든 단계에 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올해 양대 에어컨 업체의 신제품 발표회를 보면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떠올리게 됩니다.

윤민혁 기자(beheren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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