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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Why] 전 시아버지 직업까지 공개하는 ‘배드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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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부모 신상공개 ‘배드파더스’ “명예훼손 아냐”
한국일보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를 압박하기 위해 그들의 신상을 공개해 온 배드파더스 사이트. 배드파더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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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배드파더스(Bad Fathersㆍ나쁜 아빠들)’란 단어, 다들 보셨을 겁니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를 압박하기 위해 그들의 신상을 공개해 온 배드파더스 사이트 관계자에게 법원이 15일 무죄를 선고하면서죠. 2018년 7월 문을 연 배드파더스는 양육비 지급 판결에도 이를 내지 않는 부모의 신상정보를 올렸다가, 양육비를 주면 정보를 삭제하는 식으로 운영됩니다.

양육비 미지급자로 이름과 얼굴이 공개된 5명은 2018년 9월 이 사이트 운영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나, 법원은 이날 “피고인의 활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 같은 판결을 내렸어요. 과연 배드파더스에는 어떤 ‘아빠들’이 모여있기에, 이런 결론이 난 걸까요. 문제의 사이트에 한번 들어가봤습니다.

◇“○○교회 다녀요” “가명을 씁니다”

“양육비 미지급은 범죄입니다.”

배드파더스에 접속하자마자 보이는 문구입니다. 그 아래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무책임한 아빠들의 이름과 신상정보가 가나다순으로 이어지는데요, 사진과 이름, 나이, 거주지뿐 아니라 직업, 출신학교, 근황까지도 적혀있습니다. 심지어 ‘○○교회의 30년 교인’이라면서 다니고 있는 교회의 이름을 공개하거나, 전 시아버지의 직업을 밝힌 사례도 있었는데요.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이용하는 아이디 같은 시시콜콜한 정보들도 종종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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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파더스 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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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파더스에 올라온 아빠들의 신상 정보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현 거주지가 불분명하다거나, 잠적을 했다거나, 가명을 비롯한 여러 개의 이름을 쓰고 있다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겁니다. 비양육자와 연락조차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죠. “지급 판결이 나더라도 양육비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강제 수단이 아예 없는 한국에서 신상공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게 사이트 운영자인 구본창씨의 설명입니다. 자신에게 연락해오는 이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일 것이라고도 덧붙였죠.

◇나쁜 아빠들만 있나? 엄마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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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파더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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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파더스에 나쁜 아빠들만 있는 건 아닙니다. 나쁜 엄마들도 있습니다. 물론 아빠들(87명)에 비해 수는 훨씬 적지만, 양육비를 주지 않는 무책임한 엄마 15명의 신상정보도 게시돼 있죠. 배드파더스 측은 “양육비 미지급으로 고통 받는 분들은 엄마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비율이 높지만 아빠들 중에도 고통 받는 분들이 꽤 많다”고 설명했어요. 다만 지금까지 신상을 공개한 대상이 400명이 넘는데, 피해자는 여성이 80%였다네요.

코피노 아빠들의 명단도 눈에 띄었는데요, 사이트 운영자인 구씨는 사실 한국인과 필리핀인 사이의 코피노 아빠 찾기 운동을 하다 배드파더스까지 만들게 됐다고 해요. 과거 필리핀에서 코피노를 키우고 있는 여성이 남편이 “곧 돌아오겠다”며 남긴 쪽지를 보여줬는데, 거기에 ‘그걸 믿니(Geugeol Mitni)’라고 적혀 있었다는 겁니다. 이후 코피노의 신상을 온라인에 올리고, 양육비를 받는 소송을 돕다가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못 받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된 것이 배드파더스의 시작이라는 설명입니다.

◇목표는 “배드파더스가 문 닫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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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파더스 구본창 활동가.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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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의 신상정보 공개로 시작한 사이트는 시간이 갈수록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400명의 신상이 공개됐고, 그 가운데 115명이 양육비를 지급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형 로펌의 변호사인 아버지가 배드파더스에 신상을 공개하겠단 연락을 받자마자 밀린 양육비 2억4,000만 원을 한 번에 보낸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이번 법원 판결 이후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들의 제보와 상담 문의가 그야말로 폭주하고 있다는데요. 배드파더스의 활동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구씨는 목표를 ‘배드파더스의 폐쇄’라고 밝혔는데요. 국가와 사회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 자신이나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들과 같은 개인이 나설 필요가 없어지길 바란다는 뜻이겠죠. 구씨의 목표는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까요.‘시시콜콜’이 마음에 들었다면 <뉴;잼>을 구독해 보세요.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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