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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이란 “내일은 유럽군이 위험”… 미국에 이어 유럽과도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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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이란 갈등 안전판 사라져 중동위기 격화 우려
한국일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15일 각료회의에서 “오늘은 미군이 위험에 처해있고 내일은 유럽군이 위험해질 수 있다”며 전날 핵합의(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 대한 ‘분쟁해결 절차’ 착수를 발표한 영국ㆍ프랑스ㆍ독일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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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유럽연합(EU) 주요국 간 관계가 심상치 않다. 이란이 핵합의(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 위반을 공식적으로 문제삼고 나선 영국ㆍ프랑스ㆍ독일을 향해 ‘군사적 위험’을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ㆍ이란 간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이들의 중재자 역할마저 축소될 경우 사실상 안전판이 사라지는 것이어서 중동위기가 더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각료회의에서 “오늘은 미군이 위험에 처해 있고 내일은 유럽군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어 ‘위험’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가운데 “(유럽은) 더는 실수하지 말고 (핵합의로) 돌아와 지역 안정에 도움이 되는 길을 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하니 대통령이 각료회의에서 직접 거명을 하진 않았지만, 그가 군사적 위험까지 경고한 대상은 영국ㆍ프랑스ㆍ독일로 보인다. 이들 3국은 전날 JCPOA 36조를 근거로 이란의 핵합의 위반에 대한 ‘분쟁해결 절차’ 착수를 선언했다. 이 절차가 시작되면 당사국들은 장관급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협상을 진행하게 되며, 여기서도 해결이 안될 경우 유엔ㆍ유럽연합(EU)의 대이란 제재가 복원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들 EU 주요국에 대한 이란의 강경한 입장 표명에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한층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와 초조함이 묻어 있다. 이란 입장에선 그간 미국과의 갈등 상황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온 이들 3국이 분쟁해결 절차에 착수한 것을 ‘미국 편들기’로 받아들일 만하다. 핵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미국이 이란의 제재 해제 요구를 받아들일 리 없는 상황에서 그간 균형추 역할을 해온 EU 주요국들이 유엔 차원의 제재로 귀결될 게 뻔한 절차를 시작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2015년 핵합의 당사국이기도 한 영ㆍ프ㆍ독 3국의 이번 조치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미국의 ‘대이란 최대압박 정책’과 거리를 두면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온 것과 달리 사실상 핵합의 파기를 선언한 셈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지난주에 유럽산 자동차에 25% 고율관세 부과 가능성을 거론하며 이들 3국에 대이란 압박에 동참할 것을 협박했다고 보도했다.

영ㆍ프ㆍ독 3국이 추진하는 분쟁해결 절차가 어떻게 진행될지, 이란이 실제로 이들 국가의 중동지역 주둔군에 위협을 가할지 등을 현 시점에서 재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미ㆍ이란 갈등이 ‘휴화산’인 상황에서 대화ㆍ협상의 통로가 될 수 있는 중재자이자 안전판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진 점은 분명 위험신호다. 게다가 미국 견제 차원에서 러시아나 중국이 역할을 자임할 경우 또 다른 분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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