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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트럼프 “임박한 위협 중요치 않아”…솔레이마니 제거 정당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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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참모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군 기지를 겨냥한 이란의 탄도 미사일 공격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이 무고한 승객들이 탑승한 여객기를 실수로 격추하면서 미국와 이란의 대치 국면이 확실히 전환되기는 했지만, 이란 군 실세를 제거한 미국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뒷말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와 관련 “임박한 위협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솔레이마니 제거 배경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워 온 명분이 ‘임박한 위협’인데 이제 와서 임박성 여부는 중요치 않다고 말을 바꾼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박한 위협이 실재한지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자신의 성과를 깎아내리기 위한 “민주당과 언론의 정치공세”라고 몰아세우며 이들은 솔레이마니를 훌륭한 사람으로 미화하고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그러면서 솔레이마니 공격 관련 팀 내 불일치가 있었더라도 이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 관련 논란은 미국 내에서도 계속해서 가열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명분으로 내세운 ‘미국 대사관 공격 위협’ 관련해 “위협의 증거는 없었다”는 상반된 증언이 잇달아 나오고 있어서다.

이날 CNN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국무부는 행정부가 솔레이마니를 목표로 삼기 전 어떤 미국 대사관에도 구체적 위험에 대한 경고를 발령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한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사관이 임박한 위협을 받았다며 솔레이마니 폭살을 정당화한 상황에 대해 “기습을 당했다(blindsided)”고 묘사해 이를 예상치 못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울러 최근 몇 달 간 중동 지역 미 대사관 보안이 강화되긴 했지만, 이는 솔레이마니 폭살에 연루된 조치도 아니었고 소위 ‘임박한 위협’ 상황에서 통상 이뤄지는 추가 조치도 아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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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버지니아 주 알링턴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이란·이라크 문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도 앞서 12일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임박한 위협 이유로 제시한 ‘4개 미 대사관 공격 계획’에 대해 “그 증거를 보지 못했다”고 언급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한편 여객기 격추 사실을 뒤늦게 인정한 이란은 우발적으로 토르 미사일을 쏜 것에 대해 “미국 때문에 역내 긴장이 높아진 탓”이라며 일부 책임을 돌렸다.

이란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아미르 하타미 이란 국방장관은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 하나를 제거해 대미 항전을 중단시킬 수 있으리란 오판을 했다”며 “그러나 미국의 역내 주둔 비용만 더 늘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여객기 격추 은폐 시도 사실을 부인하면서 “이런 비극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 누군지 잊어선 안 된다. 미국이 비열하게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살해한 이후 전쟁의 그림자가 이란에 드리워 있었다”고 말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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