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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그들은, 그는 왜 죽어야 했나” 내홍 겪는 美ㆍ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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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여객기 격추’ 비판 시위 확산… 에스퍼 ‘솔레이마니 폭살 근거 못 찾아”
한국일보

이란 수도 테헤란의 아미르카비르공과대학 정문에서 열린 우크라이나항공 여객기 추락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한 한 여성이 진압에 나선 보안군에게 항의하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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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여객기 오인 격추를 비난하는 이란 내 반정부시위가 확산일로다. 미국에선 ‘이란 2인자’ 폭살의 정당성을 두고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엇박자를 내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장의 전쟁 위기는 수그러들었지만, 갈등 당사국들의 혼란은 진행형이고 역내 미군기지는 또 공격받았다. 공식적인 협상 국면으로 전환하기 전까지는 무력충돌 위험이 여전히 ‘상수’인 셈이다.

이란의 보복 공격에 미국이 반격을 자제하면서 중동지역의 전쟁 위기는 한 풀 꺾였다는 평가다. 하지만 미ㆍ이란 공히 내부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란에선 12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과 함께 시라즈, 이스파한 등 주요 지방도시에서 반정부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우크라이나 여객기 피격 사실을 인정한 뒤 하루만에 반정부시위가 전국으로 번져간 것이다. 미 CNN방송은 가셈 솔레이마니 피살 이후 반미를 기치로 똘똘 뭉쳤던 이란 시위대의 구호가 “IRGC 사임, 권력을 떠나라”로 반전됐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솔레이마니 폭살 작전의 근거를 두고 파열음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솔레이마니가 미 대사관 4곳을 공격할 계획을 갖고 있어 사살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이날 “하나의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폭탄발언을 한 것이다. 에스퍼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에 동의한다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군사행동을 감행했다는 민주당의 비판과 반전 여론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문제는 양국 모두 내부 혼란 수습책으로 상대방을 겨냥한다는 점이다. 당장 미국은 추가 경제제재안 시행, 친트럼프 매체를 통한 솔레이마니 폭살 직후 장면 공개 등 연일 이란을 자극하고 있다. 이란도 우크라이나 여객기 오인 격추가 미국의 과도한 압박 때문이었다며 ‘미국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페르시아어로 이란 내 반정부시위 지지 트윗을 올리자 이란이 “페르시아어를 더럽히지 말라”고 발끈하는 등 사이버 공간에서도 신경전이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 내 미군기지가 이날 또다시 로켓포 공격을 받은 게 예사롭지 않다. 이번에도 미군 사상자는 없었지만, 추가 공격이 있을 경우 이를 장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라크 내 시아파민병대,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반군 등 친이란 무장세력의 준동은 이란조차도 완전히 컨트롤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란의 대리전으로 규정할 경우 무력충돌로 비화하는 건 시간문제다.

이 때문에 서둘러 외교적 출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CNN은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로 시작된 미ㆍ이란 갈등은 외교 해결책을 마련해야 진정한 끝을 볼 수 있다”고 단언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도 “갈등과 위험을 피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설득력 있는 외교적 출구를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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