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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이란, 여객기격추 ‘역풍’ 어쩌나… 트럼프 ‘기세등등’ 트윗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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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수도 테헤란서 학생 수백명 모여 / 여객기 추락 추모 집회 → 반정부 집회로 / 외무장관, 희생자 유가족 지원 핫라인 개통 / 트럼프, 시위대 지지… "당신들과 함께 서 있다"

세계일보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의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현장에 기체 잔해가 널려 있다. 테헤란 AP=연합뉴스


이란 혁명수비대가 실수로 무고한 민간인들이 탄 여객기를 격추했음을 인정한 뒤 역풍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뒤늦게 실수를 인정한 이란은 유족 지원 등을 발표하며 역풍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으로 보인다. 반정부 시위로 돌아선 민심은 이틀째 항의 집회를 이어갔고,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캐나다도 책임을 묻겠다며 벼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다렸다는듯이 트윗을 올리며 도발했다.

AP통신은 12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샤히드 베헤슈티공대에 학생 수백명이 모여 여객기 격추 피해자들을 애도하고 정부에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참가자들은 반정부 구호를 연호했다. 이들은 “정부가 우리의 적이 미국이라고 거짓말하고 있다”며 “우리의 적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외쳤다. BBC는 “시위대가 정부의 반미 선전을 거부하는 것을 명백하고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테헤란, 시라즈, 이스파한 등에서 여객기 추락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모인 수천명의 대학생들은 추모 집회를 이내 반정부 시위로 바꿨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규탄하는 구호가 터져나왔다.

시위가 격화할 조짐도 보인다. 이란 매체의 ‘평화적 해산’ 보도와 달리 온라인에 퍼진 영상에는 자욱한 최루가스와 옷으로 코와 입을 가린 시위대 모습 등이 담겨 있다. 지하철역에 최루가스가 발사돼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다거나 보도를 따라 이어진 핏자국과 함께 “7명이 총에 맞는 걸 봤다. 사방이 피”라는 목격 증언 등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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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이란 혁명수비대 대공사령관이 11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지도를 보며 기자회견 하는 모습. 테헤란 AFP=연합뉴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우크라이나 여객기 희생자 유가족을 지원하는 직통전화(핫라인)를 개통했다고 밝혔다. 자리프 장관은 트위터에 외국에서 전화할 수 있는 전화번호(+98 21 61153009)까지 직접 적어 넣으면서 사고 뒤처리에 최선을 다한다는 인상을 보이려 애썼다.

외무부가 쉬는 날 없이 24시간 응대하는 핫라인이다. 평소 대민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은 데다 행정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고 평가받는 이란 정부가 이같이 신속히 대응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국제 여론에 신경쓰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전세 역전의 기회를 잡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장기인 트윗 공격으로 굳히기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 지도자들을 향해 “시위대를 죽이지 말라”고 거듭 경고했다. 그는 트위터에 “이미 수천명이 당신들에 의해 죽거나 투옥됐고 세계는 지켜보고 있다”며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이란 내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하며 이란 정권을 압박했다. 전날 트윗에서는 “용감하고 오랫동안 견뎌온 이란 국민에게 고한다. 나는 나의 임기가 시작된 이래 당신들과 함께 서 있어왔으며 나의 행정부는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며 “우리는 당신들의 시위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당신들의 용기에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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