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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수)

미국-이란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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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우크라이나항공 752편의 예전 모습 / 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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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파일럿 도전기-140] 이란이 미국에 보복 공격을 감행한 지난 8일, 우크라이나 국제항공 752편이 이란 테헤란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부근에 추락했다. 해당 비행기에는 승무원 포함 176명이 탑승했으며 전원 사망했다. 탑승자들의 국적은 이란인 82명, 캐나다인 63명, 우크라이나인 11명, 스웨덴인 10명, 독일인 3명 등 자국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유럽 또는 북미권 탑승자들이었다.

이란과 미국 사이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하필 테헤란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여객기가 추락하자 이란의 미사일에 격추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생겨났다. 이란 공식 발표는 일단 'NO'였다. 하지만 사고 지점에서 격추 증거가 속속 나오고 미국 또한 위성으로 찍은 사진 증거를 제시하자 격추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고, 처음에 기체 결함으로 추정한 우크라이나도 입장을 철회하고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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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현장에서 발견된 비행기 파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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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원인은

사고 여객기는 보잉 737-800 모델인데, 결함 문제로 작년 한 해를 떠들썩하게 만든 보잉 737 MAX 모델은 아니다. 처음 이란 정부의 공식입장은 '기체 결함으로 인한 추락 사고'였다. 하지만 사고 발생 시기나 지역, 그리고 정치적 상황 등 여러 가지 정황이 미군의 기습에 예민해진 테헤란 방공부대가 야간 여객기를 미군 전투기 등으로 오인해 격추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았다. 때마침 이때 미국은 폭격기를 중동으로 급파하던 상황이었다.

이란 민간항공기구의 첫 조사 보고서에는 추락 전에 기체에 화재가 이미 발생했으며, 화재를 인지한 후 항공기가 다시 이란 이맘호메이니 공항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 와중에 테헤란 근처 도시에서 지대공 미사일 파편이 발견됐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또한 미국은 추락한 항공기가 이란 미사일에 피격당했다며 영상을 공개했다. 미국 측 주장으로 미사일이 2기 발사됐다고 한다.

현재 블랙박스를 발견해 조사하고 있으니 정확한 사고 원인이 곧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처음 미국과 보잉 등의 조사 참여를 거부했던 이란 정부는 사고 희생자 국적 국가들과 미국 보잉, NTSB의 사고 조사 참여를 허용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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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현장에서 탑승자들의 유품들이 나뒹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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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일까, 실수일까

탑승자 63명으로 이란인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미사일 오발로 여객기가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미사일 격추가 맞는다는 확신을 내린 것이다. 사고기 당사국인 우크라이나 역시 기체 결함으로 보인다는 처음 발표를 뒤집고 "모든 가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현재까지 상황으로 볼 때 미사일 격추로 인한 사고에 무게감이 실리는 것은 사실이다. 모든 정황적 증거나 근처에서 발견됐다는 미사일 파편, 그리고 미국이 공개한 영상 등 모든 물적 증거들이 미사일 격추로 인한 추락 사고로 쏠리기 때문이다. 물론 미사일 격추로 인한 추락 사고라 해도 고의 격추일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미국 국적의 민항기도 아닐뿐더러, 아무리 오발이라고 해도 군대가 민항기를 미사일로 격추시켰다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심각한 국제 문제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희생자 중에는 이란 자국민이 80명이 넘게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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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에 싸인채 가지런히 눕힌 시신들과 이를 운구하는 조사원과 관계자들. 얼굴에 침통함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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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든 아니든 간에 사고 원인이 만약 이란 측의 미사일로 밝혀진다면 이란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미 이란은 이란항공 655편 격추 사건(1988년 미국의 미사일 오발로 이란항공 민항기가 격추돼 290명 전원이 사망한 사건) 으로 지금까지도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아무리 가셈 솔레이마니를 잃고 미국의 공습을 과잉 경계했다지만 이번에는 이란이 같은 상황에서 같은 미사일 오인 발사로 자국민을 포함한 백수십 명의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은 참사가 벌어졌으니 이란의 위신 실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예의 주시하고 있으니 곧 사고 원인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이런저런 국제적 정세를 논의하고 정치인들이 자신의 입장을 유리하게 만들려는 시도를 한다 할지라도, 역시나 가장 불쌍한 것은 희생자 본인들일 것이다. 자신이 탄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어디선가 날라온 미사일에 맞아 불길에 휩싸여 그대로 비명횡사한다고 생각해보면 참….가족을 잃은 유족 입장에서도 평생 동안 피눈물 흘릴 만한 일일 것이다. 그들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무고한 희생자들의 죽음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Flying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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