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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이란, 대미 보복 공격]이대로 확전?…이란, 미 반격 지켜본 뒤 ‘보복’ 수위 조절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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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 이란 군사충돌 어디까지 갈까



경향신문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8일 테헤란에서 종교도시 곰의 성직자들을 초청해 연설하고 있다. 테헤란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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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외무장관 “전쟁 원하지 않아”…미국도 전면전은 부담

미, 추가병력 배치…이란 지원 무장단체·군시설 겨냥 관측도

양국 우발적 충돌 격화 땐 중동 곳곳으로 전운 확산 불가피


미국과 이란이 결국 무력충돌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이 지난 3일(현지시간)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살해하자, 이란은 8일 새벽 미군이 주둔하는 이라크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와 아르빌 기지에 15발의 탄도미사일을 쏘는 보복공격에 나선 것이다. ‘화약고 중동’이 다시 터졌다는 말이 나왔다.

양측은 미사일 발사 뒤 험한 말을 주고받았다. 이란혁명수비대는 미사일 발사 뒤 “강력한 보복은 이번 한 번만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며 “미국이 대응에 나선다면 더 큰 고통을 마주할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사일 발사 5시간이 지난 뒤 트위터에 “우리는 세계에서 단연코 가장 강력하고 가장 잘 갖춰진 군을 보유하고 있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오전(현지시간) 대국민 성명을 내고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로선 양측이 물러설 기미나 명분이 없는 만큼 군사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미국의 재반격 수위 등에 따라 충돌 수준이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도 미국에 ‘비례적’ 공격을 지시한 바 있다.

일단 미국이 군사조치를 취한다면 우선 이란 지원을 받는 이라크·시리아 등의 시아파 민병대 등 무장단체나 이란 관련 시설을 겨냥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미국은 솔레이마니 제거 후 중동 지역에 3500명의 추가 병력을 배치하기로 했고, 동맹국들에는 최대 6만명의 미군이 들어가 있다.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미국이 검토하는 시나리오에는 이란 영토 타격도 들어있다. 지난해 11월 초 가동을 재개한 포르도 지하 핵시설 등 핵 관련 시설, 호르무즈해협 작전을 맡고 있는 반다르아바스 해군기지, 혁명수비대 미사일 기지 등이 타격 대상지로 꼽힌다.

이란은 중동 내 미국 동맹국들을 공격하고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시도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란은 미국이 이란 영토를 폭격한다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와 이스라엘 하이파 등을 공격하겠다고 했다. 이스마일 가니 신임 쿠드스군 사령관은 5일 이란 국영TV에서 “중동에서 미국을 쫓아낼 것”이라고 했다.

이란으로선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3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해협 봉쇄도 검토할 수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UAE 등 중동 주요 산유국이 아시아, 유럽 쪽으로 원유를 수출하는 길목이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차단할 경우 원유 수송 경로가 막히면서 중동은 물론 전 세계에 미치는 정치·경제적 파장이 크다. 이란은 핵합의(JCPOA)를 사실상 파기하겠다고 지난 5일 선언한 만큼 핵실험 재개에 나설 수도 있다. 8일 이란의 미사일 공격 이후 이란 남부 원자력 발전소 인근에서 규모 4.7의 지진이 자연발생해 핵실험 해프닝도 빚어졌다.



그럼에도 현 상황을 종합하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이란이 복수를 촉구하는 국내 여론을 진정시키면서도 미국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을 정도로 공격 수위를 조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CNN은 “이란이 미국인 사상자를 내지 않으려고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15발의 미사일만 쐈고, 미군 부대원이 거의 활동하지 않은 한밤중에 공격이 이뤄졌다는 것이 CNN 분석이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세계전략센터의 파이살 이타니 부소장은 블룸버그통신에 “이란은 체면을 세울 만큼 극적이면서도, 미국의 압도적 군사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긴장의 악순환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절제된 반응이 필요했다”고 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8일 트위터에 “이란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이란은 ‘미군 80명을 죽였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에서는 ‘미군 사망자가 없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지금까지는 좋다” “괜찮다”고 한 것으로 미뤄 볼 때 인명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도 전면전은 여의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앞둔 데다, 국내 반발여론도 크다. 민주당 소속 엘리엇 엥걸 하원 외교위원장은 “트럼프 정부는 빨리 전면전의 위기에서 미국을 끌어내야 한다”고 했고,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 암살 직후 백악관을 상대로 관련 기밀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우발적 충돌이 사태를 키울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양측이 공격 수위를 높이다 보면 수습 불가능한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미국이 이란 영토를 심각한 수준으로 타격할 경우 전운이 중동 곳곳으로 확산될 수 있다. 레바논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하마스 등 이란과 밀접한 무장정파들이 보복에 동참할 수 있고, 중동을 넘어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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