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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미군에 찢겨진 '이란 서열 2인자'…이란은 왜 미국을 때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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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도엽 인턴기자] [친이란 시위대의 바그다드 미국 대사관 습격, 배후 솔레이마니…美에 제거된 뒤 이란 '보복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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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이란 이슬람 공화국 방송의 동영상에서 나온 이 사진은 이란에서 발사된 로켓이 이라크의 아인알 아사드에 있는 미군 공군 기지를 공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7일 미국과 연합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의 두 기지에 대해 "십여 발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미 국방부가 밝혔다. 조너선 호프만 국방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성명을 통해 "이란은 7일(현지시간) 오후 5시 30분께 이라크에서 미군과 연합군을 상대로 12발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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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8일(현지시간) 오전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아인 아사드 공군기지에 지대지 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했다.

미국이 이란의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총사령관을 제거한 것에 대한 보복이었다. 이란은 이번 공격의 작전명을 거셈 솔레이마니의 이름을 따서 '순교자 솔레이마니'라고 명명했다.


사망한 사령관의 이름을 딴 작전명 '순교자 솔레이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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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폭격에 사망한 이란 최정예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 장례식이 7일(현지시간) 고인의 고향 케르만에서 열리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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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셈 솔레이마니 총사령관은 지난 3일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인근 도로에서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미군의 드론 미사일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 공습으로 솔레이마니와 함께 이라크에서 반미 활동을 벌이는 친(親)이란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PMF)의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부사령관 등 8명이 숨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솔레이마니의 시신은 산산이 찢겨져 신원 확인이 어려울 정도였으나 손가락에 끼인 반지로 겨우 신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공격 명령을 하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솔레이마니는 이란 보수파의 핵심 인물로 계급은 소장이지만 이란 최고권력자인 아야톨라 알라 하메네이 다음으로 사실상 이란의 '권력 서열 2인자'였다. 솔레이마니는 1979년 이란 혁명 발발 당시 이슬람 혁명수비대에 가담해 팔레비 왕조의 붕괴에 일조하며 '개국공신'으로 활약했다.

그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특수작전을 수행하는 등 중동의 친이란 무장조직(이라크 시아파 민병대·레바논 헤즈볼라·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정책과 작전을 설계하는 핵심이었다. 혁명수비대가 정치권과 경제계까지 영향력이 큰 만큼 그의 실제 권력은 직선제로 선출되는 대통령을 능가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부시·오바마도 제거 꺼리던 솔레이마니, 트럼프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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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의 미국 대사관 근처에서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대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을 짓밟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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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자지라에 따르면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1998년 쿠드스군 사령관 자리에 오른 후 20년이 넘도록 서구 정보기관은 물론 이스라엘을 포함한 다른 아랍국가가 시도한 숱한 암살 시도에도 살아 남았다.

뉴욕타임스는 과거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전(前) 미국 대통령은 솔레이마니 제거가 이란 대 미국의 전쟁 도화선이 될 수 있다며 그의 제거 조치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왜 솔레이마니를 '공공연히' 제거했을까.

원인은 솔레이마니 공습에 앞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27일 이라크 키르쿠크의 미군 기지에 로켓포 30여 발이 떨어졌고 민간인 한 명이 사망했다.

미국은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를 공격의 배후로 지목했다. 이어 미군은 29일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 지대에 있는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국경 지대 기지 5곳을 전투기로 폭격했다. 이 포격으로 카타이브 헤즈볼라 고위 인사 4명 등 25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러자 31일엔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시위대가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을 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그다드 미 대사관이 시위대에 습격당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AP통신 등 외신은 시위대가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를 폭격한 미국에 항의하며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의 미 대사관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 수십 명은 차량 출입용 문을 부수며 몰려들었다. 문 안쪽으로 진입해 불을 지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과 섬광탄을 쐈다.

바그다드 미 대사관 습격은 솔레이마니 제거의 결정적인 도화선이 됐다. 미국 국방부는 솔레이마니 사망 이후 공식 발표에서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솔레이마니가 지난 몇달 동안 이라크를 포함한 중동지역 미국인들을 전방위적으로 공격하려는 계획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며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 공격을 최종 승인한 주인공도 솔레이마니"라고 밝힌 바 있다.


4일 간 장례 직후 바로 보복에 나선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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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대 교정에서 엄수된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란에서 '신의 대리인'으로 불리는 최고지도자가 공식석상에서 눈물을 보이는 일은 매우 보기 드문 일이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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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최고권력자 하메네이는 솔레이마니 사망 당일 긴급성명을 통해 "그의 순교는 평생의 헌신에 대한 신의 보상"이라며 "순교의 피를 손에 묻힌 범죄자들에게 가혹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메네이는 솔레이마니를 위해 4일 간의 대규모 장례식을 마련했다. 사망 하루 만에 매장까지 마치는 이슬람의 장례 관습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긴 셈이었다. 솔레이마니의 장례 및 추모는 나흘간 이란의 여러 도시를 거쳐 7일 그의 고향인 케르만에서 마무리됐다. 솔레이마니의 장례와 함께 대규모의 반미 시위 또한 함께 진행됐다.

하메네이는 6일 이란 테헤란에서 치러진 장례식에서 이례적으로 눈물을 보이며 반미 감정을 부추겼다. 이란의 영적 지도자가 우는 모습은 이란 국영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하메네이는 이날은 '가혹한 보복'이 아닌 '비례적 보복'을 내세웠다. 미국이 이란에 한 만큼의 동일한 강도로 갚아 주라는 것이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7일 케르만에서의 장례식 추모 연설에서 "우리는 적(미국)에게 보복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이 아끼는 곳을 불바다로 만들 것"이라 다짐했다. 이날 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미국에 보복하는 13가지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번 이란의 미사일 발사는 솔레이마니의 장례 및 추모기간이 끝난 직후 기다렸다는 듯 바로 시행됐다. '순교자 솔레이마니'가 쌓아올린 미사일이 중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도엽 인턴기자 dykfactioni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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