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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美 "트럼프 최종 승인, 드론 미사일로 타격"…이란과 일촉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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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이란 긴장 고조 ◆

매일경제

3일 새벽(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인근에 주차된 자동차가 미국의 공습으로 불에 타 녹아내리고 있다. 사진은 이날 이라크군 합동작전사령부 공보실이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공개했다. 오른쪽 위 사진은 솔레이마니를 타격한 미군의 드론 `MQ-9 리퍼`. [A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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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중동에서 전쟁 분위기가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이란은 3일(현지시간) 군 최고위급 인사가 미국의 공습으로 사망하자 '가혹한 보복'을 선언했고, 미국은 대통령 지시에 따른 공습임을 밝히며 강경 노선 고수를 시사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미군은 미국의 해외 인력을 보호하기 위해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하는 단호한 방어전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솔레이마니 사령관과 쿠드스군은 수백 명의 미군과 동맹군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부상한 것에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방부는 또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지난해 12월 27일 이라크 중북부 키르쿠크의 미군 기지에 대한 로켓포 공격을 포함해 지난 몇 달간 발생한 이라크 내 동맹기지 공격을 기획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가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관을 공격한 것도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승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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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레이마니 사령관 공습 작전에는 드론이 활용됐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미군의 드론 'MQ-9 리퍼'는 시리아에서 출발해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도착한 솔레이마니 사령관 일행이 차량으로 갈아타고 이동할 때 공격을 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과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의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부사령관이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공항을 빠져나간 직후 드론에서 미사일이 발사됐다. NYT는 "그동안 이란과의 전쟁을 우려해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 작전을 거부한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달리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 승인으로 작전이 개시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타깃으로 삼아 정밀공습을 한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이란 군부의 최고 실세로 꼽힌다. 혁명수비대는 이란 정치권과 경제계에까지 영향력이 큰 만큼 이란에서 그의 존재감과 실제 권력은 직선제로 선출된 대통령을 능가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계급은 소장이지만 일각에서는 그를 이란 최고지도자 다음인 '권력 서열 2인자'로 보기도 한다. 실제로 1999년 개혁 성향의 대학생들이 시위를 일으키자 모하마드 하타미 당시 대통령에게 "오늘 이슬람 혁명 정신을 지킬 수 있는 결단을 하지 못하겠으면 내일은 너무 늦을 것"이라고 경고 서한을 보냈다는 일화가 있다.

이란에선 영웅 대우를 받아온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반대로 미국과 이스라엘 등에는 '눈엣가시'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혁명수비대 중에서도 쿠드스군을 테러리즘 지원의 핵심으로 여기고 있다. 특히 최근 이라크에서 미국과 이란의 대리군 격인 시아파 민병대의 충돌이 잦아진 배경에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있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지시라는 점을 강조해 향후 추가 군사작전 등 강경 노선 고수를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 트위터에 거대한 성조기 사진을 걸어놓고 "이란은 전쟁에서 절대 승리하지 못하지만 협상에서는 지지 않는다"는 글을 남겼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CNN과 인터뷰하면서 "이란의 특정할 수 있는 위협을 제거한 것"이라면서도 "미국은 이란과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이 군사 충돌로 나아간다면 전면전보다는 중동 전역에서 활동 중인 시아파 군사 조직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레바논 시리아 팔레스타인 등 무장조직에 깊이 관여해왔기 때문에 이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상대로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응해 미군은 중동 각지에 시아파 민병대 조직을 공격하며 이란의 영향력 차단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 소식에 '시아파 벨트'(이란·이라크·레바논·시리아) 무장단체들은 대미(對美) '결사 항전' 성명을 내놓으면서 군사 충돌의 긴장감을 극한으로 몰아넣고 있다.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산하 무장조직 아사이브 아흘 알하크는 성명에서 "모든 저항 전사는 준비태세를 갖추라"고 발표했고,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미국의 범죄에 보복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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