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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지구촌 ‘물 분쟁’ 최근 10년새 466건…2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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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예멘·이라크·말리·우크라이나…

‘물 차지’ 무력충돌로 사망·피란민 양산

수단 독재자·IS 등은 물에 독극물까지

인구증가, 관리 부실, 기후변화 등 원인

세계인구 1/4 “극심한 물 부족 스트레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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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시리아 북서부에선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61만여명의 주민에게 물을 공급하던 급수소가 최소 29곳이나 파괴됐다. 아프리카 북서부 국가인 말리에선 유목 부족과 농경 부족 사이에 땅과 물을 둘러싼 갈등이 무장충돌과 학살, 보복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면서 지난해에만 수백명이 숨지고 최소 50만명이 피란길에 올랐다.

지난해 6~7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선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퍼부은 포탄 파편들에 상수관이 파손되면서 무려 320만명의 주민이 물 공급이 끊기는 위기를 겪었다.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에선 이스라엘이 갈릴리 호수를 비롯한 수자원 대부분을 장악하고 아랍인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예멘·수단·케냐·소말리아 등 물이 귀한 아프리카 중부 국가들에서도 물을 둘러싼 분쟁으로 수많은 주민이 살해당하거나 삶터를 잃었다.

2일 미국의 비영리 싱크탱크인 개발·환경·안보를 위한 태평양연구소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최근 10년 새 지구촌 전역에서 발생한 ‘물 관련 분쟁(물 분쟁)’은 최소 466건으로, 그 이전 10년간 220건보다 갑절 넘게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 분쟁’이란 물이 폭력충돌을 비롯한 분쟁을 촉발했거나, 물이 분쟁의 무기로 사용됐거나, 다른 이유의 분쟁으로 인해 물을 이용할 수 없게 된 경우들을 말한다. 앞서 지난 8월 세계자원연구소(WRI)는 중동 12개국을 포함한 세계 17개국, 세계인구의 4분의 1이 “극심한 물 부족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물 분쟁이 급증하는 것은 인구 증가, 수자원 관리 부실, 기후변화와 관련된 혹서와 가뭄 등으로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신선한 물의 공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서다. 물 분쟁이 꼭 수자원이 부족한 건조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전쟁 등 무력충돌에 따른 수원이나 급수 시설의 파괴, 강자의 물리적 통제, 정부의 부패와 무능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피터 글리크 태평양연구소장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수자원이 갈수록 귀해지면서 사람들은 생존에 필수적 자원인 물을 얻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려 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을 분쟁의 무기로 악용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2014년 한때 이라크와 시리아 영토 상당 부분을 장악했던 이슬람국가는 고의로 물길을 돌리거나 수돗물에 독극물까지 살포했다. 시리아 정부군도 반군 지역의 상수도 펌프장과 급수 시설을 폭격했다. 시리아 정부군도 반군 지역의 상수도 펌프장과 급수 시설을 폭격했다.

글리크 소장은 “최근 몇년 새 민간인의 물 공급 인프라를 고의로 가차없이 공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범죄’ 책임자가 국제법정에서 심판을 받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2008년 수단의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를 다르푸르 학살과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하면서 마을 우물들을 고의로 오염시킨 행위도 포함시킨 바 있다.

한편, 알바시르는 지난해 4월 민중의 끈질긴 민주화 시위로 ‘30년 권좌’에서 축출된 뒤 자국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14일 수단 법원은 알바시르의 ‘돈세탁’과 ‘부패’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1심에서 2년형을 선고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수단 과도정부 쪽에 알바시르의 신병을 넘기라고 요구했으나 과도정부는 ‘사법 주권’을 이유로 거절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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