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적폐청산'에 쓴 직권남용죄, 조국에겐 '부담'…법원 법리 고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the L]법원 판단 앞두고 구속영장 심사 '전초전'

머니투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 심사와 법원 판단을 앞두고 법조계 의견이 엇갈린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상반된 견해가 나오는 등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는 이날 밤 늦게 또는 27일 새벽에 나올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감찰을 중단하게 한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직권남용으로 보는 검찰의 시각과 정무적 판단에 의한 감찰 중단일 뿐이라는 조 전 장관 측이 날 선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구속영장 발부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조 전 장관이 실제로 감찰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한 것인지를 검찰이 어느 정도 소명하느냐에 따라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렇다 할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특감반원이나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의 진술을 통해 범죄 혐의가 어느 정도까지 유의미하게 소명되는지가 관건이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는 "사실 혐의 자체가 간단해서 판단만 하면 되는 문제라 (영장 발부까지 걸리는 시간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발부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면서 "만약 범죄 소명이 안 됐다고 하면 후폭풍이 클 것이다. 다만 재판부가 관련자들의 진술이 상반된다고 판단되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측에서 주장하는 '정무적 판단'이 과거 사례에 비추어볼 때 구속영장을 기각할 사유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실장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변은석 변호사(49·사법시험 47회)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본안이 아니라 구속영장에 대한 심사긴 하지만 다른 사유가 아닌 정무적 판단이나 직권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된다면 오늘이라도 법원은 문 닫아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또 "법의 판단과 적용기준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향후 재판에서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발생하는 부분은 법령상 민정수석의 역할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관계법령인 대통령 비서실 설치·운용 근거인 정부조직법과 대통령비서실 직제(대통령령)에서도 해당 내용은 찾을 수 없다.

이에 따라 법조계 일각에서는 조 전 장관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유재수 감찰 중단은 정무적 판단"이라고 진술한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즉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진의 어떤 행위가 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는 대통령 권한 범위 내에 있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으로 해야 한다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측의 방어논리와 일맥상통한다.

다만 우 전 수석의 1심 재판에서 민정수석실 공직자 직무 감찰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조 전 장관에게 불리한 점으로 여겨진다. 당시 재판부는 "민정수석은 고위 공직자 또는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의 비위 행위를 발견하면 감찰에 착수해 그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에게 보고하거나 수사 의뢰를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에 대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는데, 이는 조 전 장관에게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직권남용 자체가 법조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게 몇년이 채 되지 않는다. 판례가 축적돼 있지도 않다"면서 "조 전 장관 측에서 '정무적 판단이니 범죄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니, 이에 대한 법원의 법리적 판단만 남은 셈"이라고 밝혔다. 법원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청와대나 검찰에 대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호 기자 best@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